세입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전세까지 놓았는데, 세입자가 돈을 갚지 않고 잠적해버렸다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한 상황일 겁니다. 빌려준 돈은 물론이고 전세금까지 날릴 위기에 처하게 되니까요. 이런 경우, 전세금으로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바로 '상계'라는 제도를 통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전세금과 빌려준 돈 사이의 상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
철수(丙)는 영희(甲)에게 2억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2014년 5월 1일). 영희는 이 돈과 자신의 돈 1억 원을 합쳐 철수 소유의 아파트에 3억 원에 전세 계약을 하고 전세권 등기까지 마쳤습니다 (2014년 8월 1일 ~ 2016년 8월 1일). 그런데 영희는 철이(乙)에게 2억 원을 또 빌리면서(2015년 3월 1일), 철이에게 전세권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전세 기간이 끝났지만, 영희는 철수와 철이 모두에게 돈을 갚지 못했습니다. 이 경우, 철수는 영희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전세금에서 바로 빼버릴 수 있을까요? (상계)
상계, 무엇일까요?
상계란 서로 돈을 빌려주고 빌린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서로의 채권으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네가 나한테 갚을 돈이 있고, 내가 너한테 갚을 돈이 있으니 서로 같은 금액만큼은 퉁치자!"라는 개념입니다.
민법 제492조 제1항은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채무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또한, 제2항에서는 당사자 간 다른 약정이 있는 경우 상계를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약정으로 선의의 제3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세금과 빌려준 돈의 상계, 가능할까?
우리의 사례처럼 전세권 설정자(철수)가 전세권자(영희)에게 돈을 빌려준 경우, 전세금 반환 채무와 빌려준 돈에 대한 채권을 상계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 대법원은 중요한 판례를 통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전세권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전세권 설정자가 단순히 전세권자에게 돈을 빌려준 경우에는 상계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당권자(철이)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세권 설정자가 전세권자에게 돈을 빌려준 시점과 돈을 돌려받기로 한 시점이 모두 저당권 설정 이전인 경우에는 상계를 허용합니다.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91672 판결)
사례의 결론
우리 사례에서는 철수가 영희에게 돈을 빌려준 시점(2014년 5월 1일)과 돈을 돌려받기로 한 시점(2016년 5월 1일)이 모두 철이가 저당권을 설정한 시점(2015년 3월 1일)보다 앞섭니다. 따라서 철수는 영희에게 빌려준 돈과 전세금을 상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철이는 전세금에서 저당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전세금과 빌려준 돈의 상계는 저당권 설정 시점과 빌려준 돈의 변제기 시점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사례
확정된 채권은 서로 상계할 수 있어,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지만 반대로 빚진 경우, 확정된 채권만큼 서로 퉁칠 수 있다.
민사판례
전세권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전세 계약이 끝나면 저당권자는 전세금을 돌려받을 권리(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집주인(전세권설정자)이 세입자(전세권자)에게 돈을 빌려준 경우 등으로 세입자에게 받을 돈이 있다면, 이를 전세금에서 빼고 줄 수 있는지(상계)가 문제됩니다. 이 판례는 특정 조건에서는 집주인이 상계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상담사례
돈 빌려줬는데 상대가 "퉁치자(상계)"라고 할 때, "나도 빌려준 돈 있는데 같이 퉁치자(상계의 재항변)"는 안 되고, 각각 따로 청구해야 한다.
민사판례
돈을 받을 권리(채권)에 상대방의 반박 가능성(항변권)이 붙어 있다면, 그 채권으로 다른 빚과 서로 상쇄(상계)할 수 없다.
민사판례
빚을 서로 상계할 때에는 상계 시점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고, 이자부터 먼저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체 이자를 다 계산한 후 상계하면 계산이 틀려진다.
상담사례
전세자금 대출 시 은행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에 질권을 설정하며, 집주인은 은행 동의 없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면 은행에 다시 보증금을 지급해야 할 수 있으므로,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질권 설정 여부를 확인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