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9.02.12

형사판례

돈 빌려준 회사에 기계 넘겼는데… 사기죄? 횡령죄?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돈을 빌리는 경우가 생기죠. 돈을 빌려준 회사(채권자)는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걱정이고, 돈을 빌린 회사(채무자)는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이 큽니다. 오늘은 돈을 빌린 회사가 빌려준 회사에 기계를 넘겨 빚을 갚으려고 했던 사례를 통해 사기죄와 횡령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A 회사로부터 돈을 빌렸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계들을 A 회사에 넘겼는데, 일부 기계는 피고인 소유가 아니었고, 다른 기계는 이미 은행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A 회사는 기계를 받고 6억 원의 채무를 면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A 회사는 돈을 다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피고인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했고, 피고인은 다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기계를 넘긴 후에도 A 회사에 2억 4천여만 원을 추가로 변제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인이 A 회사에 넘긴 기계 중 일부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었는데, 이는 횡령죄에 해당할까요?
  2. 피고인이 A 회사에 기계를 넘기면서 자신의 소유가 아니거나 이미 담보로 제공된 기계라는 사실을 숨긴 것은 사기죄에 해당할까요?
  3. 피고인이 A 회사에 기계를 넘긴 후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서 A 회사에 넘긴 기계들을 담보로 제공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할까요?

법원의 판단

  1. 횡령죄 성립 여부 (소극): 대법원은 피고인이 A 회사에 기계를 넘긴 것은 매매로 보아야 하며, 설령 양도담보로 제공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동의 없이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219 판결) 하지만 원심이 매매로 판단한 부분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2. 사기죄 성립 여부 (소극): 대법원은 채무 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채무자의 기망행위로 채무를 확정적으로 소멸시키는 채권자의 처분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기계를 넘기고 추가로 돈을 변제했으며, A 회사도 추가 담보를 요구한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채무를 확정적으로 면제하기로 한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8600 판결)

  3. 횡령죄 성립 여부 (소극): 대법원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점유를 계속하는 경우, 채무자가 양도담보물을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과 A 회사 사이의 기계 거래는 실질적으로 양도담보로 볼 수 있고, 피고인이 담보물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 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

결론

이 사건은 복잡한 채무 관계 속에서 발생한 사기죄와 횡령죄의 성립 여부를 다룬 판례입니다. 법원은 채무 면제의 확정성, 양도담보의 성격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사기죄와 횡령죄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처럼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꼼꼼하게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문제 발생 소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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