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1.02.23

민사판례

레고, 옥스포드 상대로 '포장 베꼈다' 소송 패소... 뭐가 문제였을까?

오늘은 레고와 옥스포드의 오랜 분쟁 중 하나, 바로 포장용기 디자인 관련 소송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레고는 옥스포드의 조립식 완구 포장이 자사 제품 포장과 유사하여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다고 주장하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옥스포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레고의 주장: 우리 포장, 유명하고 독특해요!

레고는 '성 시리즈'와 '경찰 시리즈' 제품의 포장용기가 오랜 기간 독점적으로 사용되어 왔고, 많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주지성을 획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옥스포드의 포장용기가 자사 제품과 형태, 색상, 그림 구성 등에서 매우 유사하여 소비자들이 상품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죠.

법원의 판단: 그 정도로 독특하고 유명한 건 아닌데?

그러나 법원은 레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상품의 용기나 포장은 단순히 상품을 담는 역할을 할 뿐, 상품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용기나 포장이 상품표지로 인정되려면 장기간 독점적으로 사용되고, 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특정 회사의 상품임을 떠올릴 정도로 독특한 개성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법원은 레고의 포장이 그 정도로 독특하거나 유명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레고가 주장하는 포장의 특징 (중세 성 그림, 경찰 관련 그림 등) 은 조립완구 포장에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라는 점, 레고 제품 내에서도 시리즈별, 모델별로 그림 구성이 다르다는 점 등이 그 이유였습니다.

둘째, 법원은 상품표지의 유사성 판단은 전체적·객관적·이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일부 요소만 비슷하다고 해서 유사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죠. (대법원 1978. 7. 25. 선고 76다847 판결) 특히, 상품의 용기나 포장에 상표, 상호, 상품명 등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다면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상품 출처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사건에서 옥스포드 제품 포장에는 "OXFORD"라는 상호와 "마왕성", "경찰청" 등의 상품명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레고 제품과 혼동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론: 포장 디자인, 베꼈다고 다 부정경쟁은 아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포장 디자인의 일부 요소가 유사하다고 해서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포장이 상품표지로서 보호받으려면 소비자들에게 특정 회사의 상품임을 떠올리게 할 만큼 독특하고, 널리 알려져 있어야 하며, 유사성 판단도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 대법원 1994. 12. 2. 선고 94도1947 판결, 1996. 11. 26. 선고 96도2295 판결, 1996. 11. 27.자 96마365 결정, 1997. 4. 24.자 96마675 결정 참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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