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환자 甲씨에게 마취 시술을 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간호사 乙씨에게 환자 감시를 맡기고 수술실을 이탈했습니다. 그 사이 甲씨에게 저혈압이 발생했고, 乙씨는 의사를 여러 번 호출했습니다. 의사는 수술실로 돌아와 심정지 상태에 빠진 甲씨에게 응급조치를 했지만, 결국 甲씨는 사망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여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쟁점은 '인과관계'
이 사건의 핵심은 의사의 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의사의 과실만으로 사망에 대한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이 사건에서 의사는 마취간호사도 아니고 경력이 짧은 간호사에게 환자 감시를 맡기고 수술실을 비운 점, 호출에도 즉시 돌아오지 않은 점 등에서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반복적인 혈압상승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혈압 저하를 보이다 사망했고, 부검으로도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사가 수술실에 계속 있었더라도 환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즉, 의사의 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인과관계 증명에 있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형사재판의 판단은 동일 사안에 대한 민사재판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102 판결,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163 판결)
의료 과실 소송에서 인과관계 입증의 중요성
이 판결은 의료 과실로 인한 형사 소송에서 인과관계 입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실과 환자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으면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형법 제17조, 제268조)
이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의료 과실과 환자의 상태 악화 사이에 다른 요인이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은 의료 소송에서 인과관계 입증 책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민사판례
의사의 과실이 의심되고 그 과실이 환자의 손해를 일으킬 개연성이 있다면, 의사가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증명하지 않는 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한다.
형사판례
의사의 의료 행위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더라도, 의사의 명백한 과실과 그 과실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 단순히 의료 행위 후 상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
민사판례
수술 중 환자의 호흡이 정지되어 사망한 사건에서, 첫 번째 병원 의사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으며, 이후 환자를 이송받은 두 번째 병원의 과실도 사망에 기여했다면 두 병원 의사는 공동으로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는 판결.
민사판례
75세 노인이 물리치료 중 침대에서 떨어진 후 의사가 적절한 검사나 조치 없이 귀가시켰고, 이후 노인이 사망한 사건에서 의사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의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입니다.
형사판례
마취에서 깨어나던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마취 담당 의사는 환자의 의식 회복까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간호사에게 인계할 의무가 있지만, 다른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에게까지 모든 환자를 살필 의무를 지우기는 어렵다는 판결.
형사판례
의사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와 사망한 환자의 의료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 의료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판결입니다. 특히, 이 판결은 사망한 사람의 의료정보도 의료법상 비밀보호 대상임을 명확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