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줍니다. 특히 의사의 과실로 인한 사고라면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죠. 그런데 만약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또한, 사망한 환자의 의료 정보는 어떻게 보호되어야 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의사의 과실, 어떻게 판단할까요?
의료 과실은 단순히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평균적인 의사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당시의 의학 수준과 의료 환경은 어떠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죠. (형법 제268조, 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도2710 판결 등)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전문가이므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진단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완벽한 진단은 어려울지라도,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진찰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하는 것도 의사의 중요한 의무입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77 판결,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등)
사망한 환자의 비밀도 보호해야 할까요?
의료법은 의료인에게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 의료법 제19조, 현행 제19조 제1항 참조). 그렇다면 이 의무는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유효할까요? 대법원은 "그렇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법의 목적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입니다 (의료법 제1조). 의료인의 비밀유지 의무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 관계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합니다. 이러한 신뢰 관계는 환자의 사망으로 그 본질이 변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의료 정보는 사망 후에도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사적 영역입니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0조, 제17조). 이러한 권리는 사망 후에도 존중되어야 합니다. 사망 후에도 개인의 인격과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동안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의미가 퇴색될 것입니다. (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등)
따라서 의료법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사망한 사람도 포함되며, 의료인은 사망한 환자의 비밀도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구 의료법 제19조, 제88조, 현행 제88조 제1호 참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료 과실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망한 환자의 의료 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그들의 존엄과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형사판례
의사가 수술 전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수술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사망과 의사의 행위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의사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또한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을 선택할 재량권이 있으므로, 그 선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의료과실로 보기 어렵다.
민사판례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진단 과실 여부는 당시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의사가 환자를 신중하고 정확하게 진찰하고 진단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의사의 과실이 의심되고 그 과실이 환자의 손해를 일으킬 개연성이 있다면, 의사가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증명하지 않는 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한다.
형사판례
의사의 의료 행위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더라도, 의사의 명백한 과실과 그 과실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 단순히 의료 행위 후 상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
민사판례
의사가 진료기록을 수정했을 경우, 그 자체만으로 의료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수정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은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 손해 발생, 인과관계가 모두 성립해야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사의 진료기록 수정, 스테로이드 녹내장 유발, 수술 전 검사, 설명의무 위반, 녹내장 진단 지연 등에 대한 환자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형사판례
어린이 환자의 치과 수면마취 중 사망 사건에서 의사의 약물 투여, 응급처치, 설명의무 관련 과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