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발생할 손해배상, 언제 기준으로 계산해야 할까?

교통사고처럼 누군가의 잘못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래에 발생할 손해, 예를 들어 앞으로 받아야 할 치료비나 일을 못해서 발생하는 소득 손실 등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미래에 발생할 손해는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계산합니다. 이를 현가 계산이라고 하는데요, 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 시점의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계산된 금액에 대해 지연손해금이 붙게 됩니다.

그런데 이 현가 계산의 기준 시점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원칙적으로는 불법행위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즉, 사고가 난 날을 기준으로 미래에 발생할 손해를 계산하고, 그때부터 지연손해금을 계산하는 것이죠. (민법 제763조, 제393조)

하지만 법원은 불법행위 시점 이후, 재판의 변론이 끝나기 전까지의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현가를 계산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즉, 사고 발생일 이후라도 재판 진행 중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미래 손해를 계산하고, 그 시점부터 지연손해금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예외를 두는 걸까요? 미래에 발생할 손해는 예측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치료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는 경우 처음 사고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했던 것과 실제 손해액이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 상황 변화를 반영하여 현가 계산의 기준 시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죠.

이러한 법원의 입장은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0065 판결 등 여러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3다34091 판결, 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다38444 판결 참조)

위에서 소개한 판례는 택시 운전기사가 차량에서 누출된 LPG에 중독되어 후유증을 겪게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피해 운전기사)가 청구한 미래의 개호비를 사고 발생일 이후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한 원심 판결을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미래 손해배상 계산은 복잡한 문제이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