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6.12.10

형사판례

버스표 판매대금, 횡령일까 실수일까?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차권 매표원으로 일하던 피고인 A씨. 회사는 A씨가 승차권 판매대금 일부를 횡령했다며 고소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횡령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다른 판결을 내렸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의 개요

A씨는 1994년 12월부터 약 한 달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차권 매표원으로 일했습니다. 검찰은 A씨가 이 기간 동안 판매대금 중 일부를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일부 자백과 증인들의 증언 등을 근거로 A씨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판매대금과 입금액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횡령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 회사의 회계 처리 방식: 매표원들은 당일 판매한 금액 전액을 입금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다음 날 판매를 위한 보관금으로 남겨두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이 보관금은 매표원의 서랍이나 별도의 자루에 보관되었습니다. 따라서 판매대금과 입금액에 차이가 나는 것은 회사의 관행 때문일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 도난 사건: A씨가 근무하던 기간 중 터미널에 도둑이 들어 매표원들의 보관금 일부가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회사는 도난당한 금액을 A씨의 판매대금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했는데, 이것이 판매대금과 입금액의 차이를 발생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 회계상의 착오: 회사의 회계 자료에는 A씨가 실제로 입금한 금액과 다른 금액이 기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는 회사 측의 회계 처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판매대금과 입금액의 차이가 횡령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이 제시한 증거들은 A씨가 판매대금과 입금액의 차액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회사의 회계 처리 방식, 도난 사건, 회계상의 착오 등 다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이 증거를 잘못 판단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했습니다.

관련 법 조항

  •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6조 (업무상횡령)
  • 형사소송법 제308조 (증거재판주의)

이 사건은 판매대금과 입금액의 차이만으로 횡령을 단정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회사의 회계 처리 방식이 불투명하거나 착오가 있는 경우, 이러한 점이 횡령 혐의를 다투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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