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익 은닉죄, 말 그대로 범죄로 얻은 돈을 숨기는 죄입니다. 그런데 숨길 돈이 아직 없는데, 숨길 준비만 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범죄수익 은닉죄의 성립 요건 중 **'고의'와 '실행의 착수 시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3호는 특정 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즉, '숨기려는 돈이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알고 숨겨야 이 죄가 성립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범죄의 종류나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숨기려는 돈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에서 정한 범죄수익 등에 해당한다는 사실만 인식하면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횡령으로 얻은 돈인 줄 알고 숨겼는데, 실제로는 강도로 얻은 돈이었다고 해도 범죄수익 은닉죄는 성립합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미수범으로 처벌하려면 '실행에 착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실행의 착수 시점은 언제일까요? 바로 **'범죄수익이 실제로 발생한 시점'**입니다. 범죄수익이 아직 생기지도 않았는데 은닉하려고 준비만 한 단계에서는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3항의 '예비죄'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은행강도 범행으로 얻을 돈을 송금받을 계좌를 개설한 행위만으로는 범죄수익 은닉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6도5227 판결). 즉, 강도 행위가 실제로 일어나 돈을 훔치기 전까지는 범죄수익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계좌 개설만으로는 은닉 행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범죄수익 은닉죄는 범죄수익이 실제로 발생해야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고 미수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관리하여 건전한 사회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판례
사기 범죄로 얻은 돈을 단순히 받아 챙기는 행위 자체는 범죄수익은닉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은닉죄가 성립하려면 사기 행위와 별개로 범죄수익을 숨기거나 취득 경위를 속이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형사판례
상습적으로 절도를 저지른 경우, 그 훔친 물건을 숨기거나 돈으로 바꾸는 행위도 범죄수익은닉죄로 처벌할 수 있다.
형사판례
외국인이 해외에서 저지른 뇌물수수 행위라도, 그 행위가 만약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한국 법에 따라 뇌물죄에 해당할 경우, 그 범죄수익을 숨기거나 위장하는 행위는 국내에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수표가 부도날 것을 알고 부도나기 전에 수표 발행인을 숨겨준 경우에도 범인은닉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은행 직원이 공범들과 짜고 컴퓨터에 허위 정보를 입력해서 다른 사람 계좌에 돈이 들어간 것처럼 조작하면, 실제로 돈을 인출하지 못했더라도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사기 범죄로 얻은 돈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가 그 사람이 돈을 써버린 경우,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 하지만 그 돈은 추징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