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9.03.26

민사판례

병원, 입원 환자 흡연까지 책임져야 할까? - 흡연 중 사망사고와 병원의 책임

손바닥 파열상으로 수술 후 입원 중이던 환자가 화장실에서 흡연 후 쓰러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유족들은 병원 측이 환자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과연 병원은 환자의 흡연까지 책임져야 하는 걸까요?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병원의 주의의무 범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망인은 손바닥 파열상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4일째 되던 날, 망인은 병원 화장실에서 흡연 후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망인에게는 경추 기왕증 및 흡연 습관이 있었는데, 유족 측은 병원이 망인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흡연을 막지 못한 점을 들어 병원의 과실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병원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진에게 환자의 금연 지도 의무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흡연 자체의 위험성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인지 가능하며, 환자의 특성상 흡연이 특히 위험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진은 금연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구두로 확인하는 정도의 주의의무만 다하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의 손바닥 파열상과 경추 기왕증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망인은 의사표현이 가능한 성인이었기 때문에 병원 측이 흡연 여부를 상시 감독할 의무까지는 없다는 것이죠. (민법 제750조)

또한, 대법원은 전신마취 자체가 의료 과실이라는 원고의 주장도 기각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선택할 재량권을 가지며, 여러 합리적인 조치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의사가 전신마취를 선택한 것은 의료상 과실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59304 판결 등 참조)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의료진의 주의의무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환자 본인의 책임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참고

  • 관련 법조항: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
  • 관련 판례: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59304 판결,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8442 판결,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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