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전달책'이나 대포통장 제공자처럼 의도치 않게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 어떤 죄에 해당하고 어떤 처벌을 받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오늘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 후, 전달책과 대포통장을 이용하여 돈을 인출한 사건입니다. 검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물론 전달책과 대포통장 명의자까지 사기죄와 횡령죄로 기소했습니다.
쟁점 1: 전달책도 사기죄일까?
피해자를 속여 돈을 받아내도록 지시받은 전달책, 이 사람도 사기죄일까요? 법원은 단순히 돈을 전달하는 '도구'로 이용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전달책 본인이 피해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형법 제347조)
이 사건에서 공소외 1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줄 알고 피해자 공소외 2의 돈을 받아 조직원에게 전달했습니다. 법원은 공소외 1이 피해자 공소외 2를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고 단순히 '도구'로 이용되었기에 공소외 2에 대한 사기죄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만 성립하고, 공소외 1에게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34조 제1항, 간접정범)
쟁점 2: 보이스피싱 돈 인출은 횡령죄일까?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의 돈을 대포통장으로 받은 후 인출하는 행위는 횡령죄일까요? 법원은 이를 횡령죄로 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애초부터 피해자를 속여 돈을 편취할 의도였고, 돈을 인출하는 행위는 사기 범죄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사기죄가 성립한 상황에서, 돈을 인출하는 행위는 단순히 사기 범죄를 완성하는 과정일 뿐,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 형법 제355조 제1항 횡령죄)
이러한 법리는 대포통장을 제공한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계좌를 제공한 사람이, 그 계좌에 들어온 돈을 인출하더라도 횡령죄가 아닌 사기방조죄로 처벌됩니다. 이는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 판결에서도 확인된 내용입니다. (형법 제32조 종범)
결론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전달책이나 대포통장 제공자는 억울하게 범죄에 연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행위를 엄격하게 구분하여, 단순히 도구로 이용된 경우 사기죄나 횡령죄로 처벌하지 않고 사기방조죄 등으로 처벌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범죄에 가담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형사판례
보이스피싱 사기에서 피해금이 입금된 대포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는 행위 자체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단, 대법관들의 의견이 나뉘어 반대의견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음.
형사판례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피해자 돈을 사기 계좌로 받은 후 인출하는 행위는 사기죄에 포함되는 것이지, 별도의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법리는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걸 알면서도 자신의 계좌를 빌려준 사람(방조범)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상담사례
보이스피싱 피해금 회수를 위해 통장 대여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는 대여자가 불법 사용을 예상했고 이득을 얻었으며 사용 상황을 인지했을 경우에만 가능성이 있고, 현실적으로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이 더 효과적이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에게 속은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계좌로 돈을 보냈을 때, 계좌 명의인이 그 돈을 자신의 돈처럼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하는가? 특히, 계좌 명의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공범인 경우에도 횡령죄가 성립하는가?
형사판례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 유령법인 계좌를 만들어 제공하고, 돈을 전달하는 '전달책' 역할을 맡기로 한 행위는 사기죄의 방조에 해당한다. 범행 실행 전에 도움을 주었더라도, 나중에 실제 돈 전달을 하지 않았더라도 방조죄가 성립한다.
상담사례
타인에게 통장을 양도할 경우, 보이스피싱 악용 가능성을 알았다면 직접 사기 가담 여부와 관계없이 공동불법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