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에서 원상복구비용, 미리 떼갈 수 있을까? (feat. 채권양도)

전세나 월세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집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는 원상복구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보증금에서 원상복구비용을 미리 떼어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과연 법적으로 가능할까요? 오늘은 보증금과 원상복구, 그리고 채권양도까지 얽힌 복잡한 상황을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사례:

세입자 A씨는 집주인 B씨와 계약을 맺으면서, 나중에 집을 비울 때 원상복구비용으로 1억 원을 보증금에서 미리 떼어놓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A씨는 다른 사람 C씨에게 자신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양도했고, B씨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B씨는 C씨에게 보증금에서 1억 원을 뺀 나머지만 돌려줘도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됩니다!

왜 그럴까요? 판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증금은 계약 기간 동안 발생하는 세입자의 모든 채무 (예: 미납 월세, 관리비 등)를 담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집주인은 보증금에서 이러한 채무를 뺀 나머지를 돌려주는 것이 맞습니다. (대법원 1987. 6. 23. 선고 87다카98 판결)

그러나 원상복구비용은 조금 다릅니다. 실제로 집에 손상이 발생했고, 그 책임이 세입자에게 있다면, 집주인은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미리' 떼어 놓기로 약속한 돈은 세입자의 '채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별도 약속일 뿐이죠.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우리 사례에서는 A씨가 C씨에게 보증금 반환채권을 양도할 때, B씨가 원상복구비용 관련 약속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B씨가 C씨에게 그 약속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민법 제451조 제1항). 즉, B씨는 C씨에게 1억 원을 공제하지 않고 전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 만약 A씨가 실제로 집을 훼손해서 원상복구가 필요하다면, B씨는 그에 따른 실제 비용을 C씨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리 정해놓은 1억 원이 아니라, 실제 수리 비용에 한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핵심 정리

• 보증금에서 미리 떼어 놓기로 약속한 원상복구비용은 세입자의 채무가 아닙니다.
• 채권양도 시 집주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나중에 양수인에게 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 실제 원상복구가 필요한 경우, 집주인은 실제 비용만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증금과 원상복구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계약서 작성 시 관련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분쟁 발생 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