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내 변호사 비용도 내줘야 하나요? - 손해방지비용과 방어비용에 대한 판례 해설

낚시터를 운영하는 원고는 보험사인 피고와 영업배상책임보험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낚시터에서 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보험사는 처음에는 사고가 작업자 과실이라며 보상 책임을 부인했지만,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원고에게 스스로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통지했습니다. 결국 원고는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원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사고 직후 지출한 응급조치 비용과 변호사 비용을 보험사에 청구했는데, 과연 보험사는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할까요?

손해방지비용과 방어비용, 뭔가요?

이 사건의 핵심은 바로 '손해방지비용'과 '방어비용'입니다.

• 손해방지비용 (상법 제680조 제1항): 보험사고 발생 시, 손해 발생을 방지하거나 확대를 막기 위해 지출한 필요·유익한 비용을 말합니다.
• 방어비용 (상법 제720조 제1항): 피해자가 보험사고로 손해를 입고 피보험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방어를 위해 지출한 비용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비용은 보험사고 발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보험사가 보상책임이 없는 사고에 대해서는 부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사고 발생 당시 피보험자의 책임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떨까요?

대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은 사고 발생 당시 피보험자의 법률상 책임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손해 확대 방지를 위해 긴급하게 행위를 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필요·유익한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3. 1. 12. 선고 91다42777 판결 등).

마찬가지로 피보험자와 보험자의 책임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청구를 방어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방어비용은 실제로 지출했을 뿐 아니라, 지출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도 보험사에 선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5. 12. 8. 선고 94다27076 판결).

또한, 보험약관에서 '보험사의 사전 동의 없이 지출한 방어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상법 제663조 (불이익변경 금지) 및 제720조 제1항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다카17591 판결 등).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원고가 지출한 응급조치 비용과 변호사 비용 모두 보험사가 부담해야 합니다. 사고 당시 원고의 책임 여부가 불분명했고, 원고가 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애초에 불분명한 책임 관계 속에서 소송을 방어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부담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판례는 보험사고 발생 시 피보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혹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이 판례를 참고하여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