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4.05.27

형사판례

부당해고? 고의가 없다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특히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법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죠. 그런데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과 사용자에게 '고의'가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 흥미로운 판례를 바탕으로 부당해고와 고의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운수회사 대표가 노조위원장을 해고한 사건입니다. 노조위원장은 불법파업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측과 노조는 파업기간 중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면책약정'을 맺었죠. 그런데 회사 대표는 면책약정에도 불구하고 노조위원장을 해고했습니다. 이에 노조위원장은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회사 대표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쟁점: 해고는 부당하지만 고의는 없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회사 대표의 '고의' 여부였습니다. 해고가 부당하더라도, 대표가 고의로 부당해고를 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회사 대표의 고의성을 부정했습니다.

  1. 면책약정의 범위: 면책약정은 파업 기간 중의 행위에만 적용됩니다. 노조위원장은 파업 이전에도 회사 차량을 손괴하는 등의 비위행위를 저질렀는데, 이 부분은 면책약정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2. 징계사유의 존재: 노조위원장의 비위행위는 회사 취업규칙상 해고사유에 해당합니다. 즉, 해고할 만한 사유가 있었던 것이죠.

  3. 면책약정의 효력: 면책약정은 회사가 노조와 직접 맺은 것이 아니라, 사업조합을 통해 간접적으로 맺은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면책약정의 효력이 회사에 미치는지 불분명하고, 회사 대표는 이 약정이 무효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4. 징계절차 준수: 해고는 징계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이루어졌습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도 고의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회사 대표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다는 인식, 즉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징계)을 하지 못한다.
  • 근로기준법 제107조: 이 법에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형법 제13조: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단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 대법원 1965.7.6. 선고 65도347 판결: 형법 제13조 단서의 "특별한 규정" 해석 기준 제시
  • 대법원 1974.11.12. 선고 74도2676 판결 외 다수: 징계사유 존재 및 사용자의 정당한 판단 시 고의 부정

결론

이 판례는 해고가 부당하더라도 사용자에게 고의가 없다면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해고의 정당성과 고의성은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제시한 사례입니다. 물론, 해고가 부당하다면 민사상 책임은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일반행정판례

노조 총무 해고, 부당노동행위일까?

시내버스 회사가 노동조합 총무를 교통사고를 빌미로 해고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사례. 회사는 표면적으로는 교통사고와 징계 불복종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노조 활동을 싫어해서 해고한 것으로 판단됨.

#노조#총무#해고#부당노동행위

일반행정판례

노조 활동 때문에 해고당했다면? 부당해고일까?

회사가 노조 활동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했더라도 그 노조 활동이 '정당'하지 않다면 부당노동행위가 아닐 수 있다. 해고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는 직원은 그 해고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부당노동행위#정당한 노조활동#해고#입증책임

일반행정판례

노동조합 활동과 징계해고, 부당노동행위일까?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 사유가 정당하다면 설령 회사가 그 근로자의 노조 활동을 싫어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징계 절차상의 문제도 마찬가지로, 정당한 해고 사유가 있다면 부당노동행위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정당한 해고#노조활동#부당노동행위#횡령

일반행정판례

노조 위원장 해고, 정당할까? 징계절차는 제대로 지켜졌을까?

노조 조합장이 무단으로 노조 교육을 실시하고 회사 대표를 폭행하여 해고된 사건에서, 해고는 정당하며 징계절차상의 하자는 조합장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소명 기회를 가짐으로써 치유되었다고 판결.

#노조#조합장#해고#징계절차

일반행정판례

부당해고 판결,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법원은 부당해고 소송에서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으며, 회사가 해고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해고는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관계에 따라 정해진 사유로만 가능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단체협약에 어긋나는 취업규칙으로 해고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부당해고#직권조사#변론주의#단체협약

일반행정판례

회사가 어려워서 해고했는데, 노조 활동 때문에 해고한 거라고? 😮 부당해고 판단 기준!

회사가 경영 악화로 사업부를 폐쇄하고 전체 근로자를 정리해고한 것이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이 사건에서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이유.

#정리해고#부당노동행위#경영악화#노조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