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7.03.11

민사판례

부동산 잔금 대신 소유권 넘기기로 약속했는데… 이거 유효할까요?

부동산 거래, 특히 목돈이 오가는 만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잔금 지급과 관련된 법적 분쟁 사례를 통해 중요한 법 원칙 하나를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B씨로부터 땅을 1억 1천만 원에 사기로 했습니다. 계약금 1천만 원을 지급한 A씨는 잔금 1억 원 중 5천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5천만 원은 B씨에게 빌리기로 했습니다. 변제일은 1년 뒤로 정하고 월 2%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죠. 대신, 만약 A씨가 돈을 갚지 못하면 B씨에게 땅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결국 A씨는 1년 뒤에도 돈을 갚지 못했습니다.

A씨는 "돈을 갚지 못하면 땅 소유권을 넘기기로 한 약속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근거는 바로 **민법 제607조(차주가 차용물에 갈음하여 다른 재산권을 이전하는 계약의 금지)**와 제608조(차주가 차용물에 갈음하여 다른 재산권을 설정하는 계약의 금지) 입니다. 이 조항들은 쉽게 말해 돈을 빌리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다른 재산을 넘겨주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약속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매매계약의 잔금 지급과 관련된 약속이기 때문에 민법 제607조와 제60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잔금 5천만 원을 빌리기로 한 것은 기존 매매계약과 별개의 준소비대차 계약(빌려준 물건 그 자체를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종류, 품질, 수량의 물건을 돌려주기로 하는 계약. 돈을 빌려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으로 봐야 하고, 땅 소유권을 넘기기로 한 약정은 대물반환의 예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민법 제607조와 제608조가 적용되어 무효라는 것이죠. (대법원 1967. 10. 31. 선고 67다1990 판결, 1992. 10. 9. 선고 92다13790 판결 등 참조)

결론

돈을 빌리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다른 재산을 넘겨주는 약속은 민법에 따라 무효입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빌리는 경우뿐 아니라, 매매계약의 잔금을 빌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래 시 이러한 법 원칙을 꼭 기억하고 계약서 작성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참고 조문:

  • 민법 제605조(소비대차의 의의)
  • 민법 제607조(차주가 차용물에 갈음하여 다른 재산권을 이전하는 계약의 금지)
  • 민법 제608조(차주가 차용물에 갈음하여 다른 재산권을 설정하는 계약의 금지)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민사판례

돈 빌려주고 부동산 받기로 했는데... 이 약속 유효할까요?

이자나 변제기 약정 없이 돈을 빌려주는 계약도 유효하며, 돈 대신 다른 물건으로 돌려받기로 한 약속은 민법 제607조, 608조 (폭리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심사받아 무효가 될 수 있다.

#무이자#변제기미정#금전대차#물건변제약정

민사판례

빚 대신 땅을 넘겨준다는 약속, 언제 따져봐야 할까요?

빌린 돈 대신 물건으로 갚기로 하는 약속(대물반환 예약)은 갚을 물건의 가치가 빚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무효가 될 수 있는데, 이때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약속했을 때'이지 '실제로 갚았을 때'가 아닙니다.

#대물반환예약#약속시점#가치판단#무효

상담사례

빚 대신 땅 줬는데, 그 땅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어요! 어떻게 되나요?

빚 대신 땅을 주기로 한 약속(대물변제예약)이 법적 문제가 있더라도, 제3자가 그 땅을 사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면, 원래 땅 주인은 땅을 돌려받기 어렵다.

#대물변제예약#토지 소유권#제3자 보호#담보 효력

민사판례

돈 대신 땅으로 갚기로 했는데… 꼭 땅만 받아야 할까요?

돈을 빌려준 사람과 빌린 사람이 돈 대신 다른 것(예: 땅)으로 갚기로 약속했더라도, 원래 돈을 갚아야 하는 빚이 바로 없어진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돈 대신 다른 것으로 갚기로 한 약속이 원래 빚과 별개로 추가된 약속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물변제#채무#소멸#약정

민사판례

땅 소유권 이전, 빚 갚은 걸까? 담보로 맡긴 걸까?

빚 때문에 채무자의 땅이 채권자 명의로 넘어갔을 때, 이것이 빚 대신 땅을 완전히 넘긴 것(대물변제)인지, 아니면 빚 담보로 땅을 맡긴 것(양도담보)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판례입니다. 원심에서는 대물변제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여러 정황상 양도담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대물변제#양도담보#판단기준#

형사판례

빚 담보로 부동산 약속했는데 팔았다면? 배임죄일까?

돈을 빌리면서 갚지 못하면 부동산을 주겠다고 약속(대물변제예약) 후 제3자에게 팔았을 때 배임죄가 되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은 배임죄가 아니라고 판단.

#대물변제예약#배임죄#대법원#판례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