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금융기관이 어려움을 겪었고, 정부는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부실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 일부를 다른 금융기관에 넘기는 것이었죠. 이 과정에서 기존 금융기관 직원들의 고용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영업양도와 고용승계
일반적으로 기업의 '영업양도'가 이루어지면, 넘겨받는 기업은 기존 직원들의 고용도 함께 이어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서 영업양도란 단순히 기계나 건물 같은 재산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업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 전체를 넘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법 제41조, 근로기준법 제30조) 즉, 중요한 것은 넘겨받는 쪽에서 기존 사업 조직이 그대로 기능할 수 있는지입니다. 설비 일부만 넘겨도 기존 조직이 유지된다면 영업양도로 볼 수 있지만, 설비 전체를 넘겨도 조직이 해체되었다면 영업양도가 아닙니다.
금융기관 정리와 고용승계
그렇다면 부실금융기관 정리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의 일부만 다른 금융기관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어떨까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는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해 '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4조 제2항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의 계약을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전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은 금융거래 계약 관계를 강제로 바꾸는 행정처분이었고, 부실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택적으로 다른 금융기관에 넘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4조 제2항, 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시행령 제5조의4)
법원은 이러한 계약이전결정만으로는 고용승계를 전제로 하는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실금융기관의 정리와 예금자 보호라는 특수한 목적 때문에 우량자산만 선별적으로 이전되는 경우, 기존 조직과 인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일반적인 영업양도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43932 판결)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부실금융기관 정리 과정에서의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비록 일부 자산과 영업이 이전되더라도, 기존 조직과 인력의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영업양도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고용승계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금융시장의 안정과 예금자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다38807 판결)
이는 단순히 자산이 얼마나 이전되었는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존 사업 조직이 유지되는지가 영업양도 및 고용승계 판단의 핵심 기준임을 보여줍니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680 판결 등 다수 판례 참조)
민사판례
폐업하는 버스회사가 다른 회사에 면허와 버스만 넘기고 직원들은 새로 뽑도록 한 경우, 이는 '영업양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한 회사가 사업 부문을 폐쇄하고 계열사가 그 부문의 일부 근로자를 고용했을 때, 이를 영업양도나 흡수합병으로 볼 수 없다면 근로자의 퇴직금은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의 근무 기간만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상담사례
회사가 영업양도될 경우, 거래처, 브랜드, 직원 등 사업의 핵심 요소가 함께 이전되고 사업의 연속성이 유지된다면 근로자의 고용은 원칙적으로 새 사업주에게 자동 승계된다.
민사판례
회사가 다른 회사에 팔리더라도 (영업양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근로자의 고용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회사를 사고판 회사끼리 근로자 고용승계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더라도, 근로자에게 정당한 해고 사유가 없다면 그 약속은 효력이 없습니다.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근로자는 실제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근로자로 인정되며, 따라서 회사가 팔릴 경우 새 회사로 고용이 승계됩니다.
민사판례
회사가 일부 사업을 다른 회사에 넘기면서(영업양도) 넘어가는 사업 부문의 근로자가 새 회사로의 고용 승계를 거부했을 때, 원래 회사가 그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일반 해고가 아닌 정리해고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일반행정판례
회사가 사업의 일부를 매각할 때, 단순히 자산만 넘기는 것인지, 아니면 사업 자체를 넘기는 것인지(영업양도)에 따라 근로자 고용 승계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 판례에서는 회사가 공장 설비와 같은 자산을 매각했지만, 인력, 조직, 사업 운영 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영업양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근로관계 승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