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범죄 현장, 불길이 치솟습니다. 누군가 고의로 불을 질렀다면, 방화죄로 처벌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불이 완전히 다 타지 않았더라도, 방화죄가 성립할까요? 오늘은 방화죄가 언제 성립하는지, 즉 '기수 시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핵심은 바로 불이 붙은 물건이 스스로 타들어 갈 수 있는 상태인지 여부입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외부의 불씨 없이도 물건 자체가 계속해서 탈 수 있는 상태라면, 방화죄가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판례(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8868 판결)에서도 이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사체 위에 옷가지 등을 올려놓고 불을 붙인 천 조각을 던졌습니다. 불길은 방 안을 태우면서 천장에까지 옮겨 붙었지만, 완전히 타오르기 전에 진화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비록 불이 완전히 번지지는 않았더라도, 천장에 불이 옮겨붙은 순간, 이미 현주건조물방화죄(형법 제164조)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천장에 붙은 불이 외부 불씨 없이 스스로 계속 타들어 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불이 완전히 번지기 전에 진화되었더라도 방화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이 판례는 현주건조물방화죄의 기수 시점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1970. 3. 24. 선고 70도330 판결)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방화죄는 불이 완전히 다 타지 않아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불이 붙은 물건이 스스로 탈 수 있는 상태'인지입니다. 이번 판례를 통해 방화죄의 기수 시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형사판례
집에 불을 지르려고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서 사람 몸에 불이 붙었지만 집에는 불이 붙지 않은 경우에도, 방화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본 판례.
형사판례
불을 지른 후 불길이 커지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불을 끈 경우, 스스로 범행을 그만둔 것으로 인정되어 처벌을 감경받는 '중지미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입니다.
형사판례
방화죄의 대상이 되는 건물은 단순히 벽과 지붕이 있는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살거나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어야 한다. 완벽한 주거 형태가 아니더라도, 기거와 취침이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형사판례
돈을 빼앗은 후 살해하기 위해 불을 지르면 강도살인죄와 방화치사죄 모두에 해당하지만, 하나의 행위로 두 가지 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기 때문에 더 무거운 죄인 강도살인죄 하나에 대해서만 처벌합니다.
형사판례
투숙객이 자신의 과실로 모텔 방에 불을 냈지만, 화재 사실을 알고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나온 행위만으로는 방화치사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형사판례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 같은 주인 없는 물건에 불을 붙여도 방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