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2.03.26

형사판례

휘발유 뿌리고 라이터 켜면 방화 미수? 방화죄 실행의 착수 시점은 언제일까?

화가 나서 집에 불을 지르려고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켰는데, 운 좋게(?) 불이 붙지 않았다면 방화죄가 성립할까요? 단순히 위험한 행동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범죄 행위일까요? 오늘은 방화죄의 실행의 착수 시점에 대한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가정불화와 직장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아내와 심하게 다툰 후 "집을 불태워 버리고 같이 죽어 버리겠다"라고 소리치며 집 주변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했습니다. 이를 말리던 이웃 주민에게도 휘발유가 묻었고, 결국 이웃 주민이 화상을 입었습니다. 다행히 집에는 불이 붙지 않았습니다.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방화죄의 실행의 착수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대법원은 매개물(휘발유)을 이용한 방화의 경우, 매개물에 불을 붙였거나 범인의 행위로 매개물에 불이 붙어 연소 작용이 계속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면, 비록 건물에 불이 옮겨붙지 않았더라도 방화죄의 실행의 착수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집 주변과 피해자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켰습니다. 비록 집에 불이 붙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의 몸에 불이 붙었고, 주변에 휘발유가 뿌려져 있어 언제든 불이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즉, 연소 작용이 계속될 수 있는 상태였던 것이죠.

대법원은 피고인의 의도, 범행 방법, 현장 상황, 휘발유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피고인의 행위는 현존건조물방화죄(형법 제164조)의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실행의 착수 여부를 판단할 때는 범인의 의사, 범행 방법, 현장 상황, 매개물의 종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형법 제25조 미수범 참조).

핵심 정리

  • 휘발유처럼 불이 잘 붙는 물질을 뿌리고 라이터를 켜는 행위는, 비록 건물에 불이 붙지 않았더라도 방화죄의 실행의 착수로 볼 수 있습니다.
  • 실행의 착수 여부는 범인의 의도, 범행 방법, 현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이 판례는 방화죄의 실행의 착수 시점을 명확히 제시하여, 단순히 위험한 행동을 넘어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화재는 순식간에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방화와 관련된 범죄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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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화재#실화책임법#불법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