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공용계단에서 본드 흡입, 주거침입죄일까?

이웃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누군가 빌라 계단에서 본드를 흡입하고 있다면? 단순히 불쾌한 행위를 넘어 범죄가 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남성이 빌라 공동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5층 계단에서 본드를 흡입했습니다.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빌라 공용계단은 모든 거주자가 공유하는 공간이지만,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유죄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빌라 공용계단처럼 여러 세대가 공유하는 공간도 주거침입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핵심은 '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이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다세대주택의 특성: 이 빌라는 8세대만 거주하는 소규모 건물로, 공용계단 등 공용부분은 각 세대의 주거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어 공용부분에서 일어나는 일이 각 세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주변 환경: 빌라 주변은 비슷한 주택들만 있고 상업시설은 없었습니다. 빌라 외관상 주거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 출입 목적과 행위: 남성은 본드 흡입을 위해 빌라에 들어갔고, 약 4시간 동안 계단에 머물렀습니다. 본드 냄새가 퍼지고, 환각 상태에서 욕설과 중얼거림 등으로 거주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습니다.

법조항 및 판례

이번 판결은 '사람의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제319조 제1항을 기반으로 합니다. 다음 판례들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
•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2도3801 판결
•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도15164 판결

결론

이번 판결은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에서의 무단 출입도 거주자의 평온을 해칠 경우 주거침입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공동주택 거주자의 안전과 평온한 주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판례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