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5.10.29

민사판례

빚 갚는 방식을 바꿨는데, 새 약속이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돈을 빌리거나 갚을 때, 처음 약속과 다르게 갚는 방식을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는 현금으로 갚기로 했는데, 부동산으로 대신 갚기로 합의하는 경우죠. 법률 용어로는 이런 것을 '경개'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새로운 약속으로 옛날 약속을 갈아치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새 약속(신채무)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새 약속 자체가 불법이라던가, 착오로 인해 잘못된 것이라면요?

이번 판례는 바로 이런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핵심은 새 약속이 잘못되면 원래 약속(구채무)은 그대로 유효하게 남는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504조) 새 약속이 유효하게 성립해야만 원래 약속이 사라지는 것이죠.

더 나아가, 새 약속에 조건이 붙어있는 경우, 예를 들어 "특정 건물이 완공되면 땅으로 빚을 갚겠다"와 같은 경우에는 어떨까요? 이때는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원래 약속이 없어지고 새 약속이 효력을 갖게 됩니다. 즉, 건물이 완공되지 않으면 땅으로 갚는 약속은 효력이 없고, 원래의 빚은 그대로 남습니다.

판례는 '조건'의 의미에 대해서도 중요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조건은 단순한 생각이나 바람이 아니라, 약속의 효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조건을 붙이려면 그 의사를 명확하게 외부에 표시해야 합니다. (민법 제147조) 단순히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고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법적인 효력을 갖는 '조건'이 아니라 단순한 '동기'에 불과합니다.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다10797 판결)

이번 사례에서는 사업권 양도 계약이 무효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토지 매매 계약(새 약속)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었습니다. 토지 매매 계약 당시 사업권 양도가 무효가 되면 매매 계약도 무효가 된다는 '조건'을 명시적으로 붙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사업권 양도 계약의 무효는 토지 매매 계약의 '동기'일 뿐, '조건'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다31316 판결)

결론적으로, 빚을 갚는 방식을 바꾸는 '경개' 계약을 할 때에는 새 약속의 내용을 명확히 하고, 특히 조건을 붙이는 경우에는 그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야 나중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참고 조문:

  • 민법 제147조 (조건)
  • 민법 제500조 (경개의 요건)
  • 민법 제504조 (신채무 불성립의 효과)

참고 판례:

  •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다31316 판결
  •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다10797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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