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나 무보험 자동차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하면 정말 막막하죠.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이런 억울한 피해자를 위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보장사업)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가해자를 찾을 수 없거나 가해 차량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도 최소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마련한 안전망이죠. 그런데 이 보장사업과 건강보험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음주운전자가 무보험 차량으로 사고를 내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이에 대한 요양급여를 지급했습니다. 이후 건보공단은 보장사업을 위탁받은 보험사에 구상금을 청구했습니다. 즉, "우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치료비를 보장사업에서 돌려달라"는 것이었죠.
건보공단의 주장:
건강보험법(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현행 제58조 제1항)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그 제3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건보공단은 보험사가 바로 이 '제3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장사업 역시 자동차보험과 유사한 제도이므로, 보험사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였죠.
보험사의 반박:
보험사는 보장사업은 일반적인 손해배상과는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일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뺑소니 또는 무보험차 사고 피해자를 최소한도로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법에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게다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8조 제1항, 현행 제36조 제1항)에서는 피해자가 다른 법률(건강보험 포함,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20조 제7호, 현행 제29조 제7호)에 의해 보상받은 경우, 그 금액만큼 보장사업의 책임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미 건강보험으로 보상받았으니 보장사업에서 추가로 보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뺑소니 또는 무보험차 사고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은 피해자 구제를 위해 법이 특별히 인정한 권리이지, 건강보험법에서 말하는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건보공단은 보험사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200394 판결,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다62477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다27452 판결,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35113 판결 참조)
결론:
이 판례는 뺑소니·무보험차 사고 피해자가 건강보험과 보장사업 중 어떤 제도를 통해 먼저 보상받더라도, 중복해서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보장사업은 최소한의 보상을 제공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 다른 법률에 의한 보상과 조화롭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민사판례
뺑소니 또는 무보험 자동차 사고 피해자가 정부 보상금을 받았을 경우, 건강보험공단은 그 보상금을 대상으로 구상권(치료비 돌려받을 권리)을 행사할 수 없다.
민사판례
뺑소니 또는 무보험 자동차 사고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피해자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은 정부가 운영하는 자동차사고 피해자 보상 사업으로부터 치료비를 돌려받을 수 없다.
민사판례
뺑소니 또는 무보험 자동차 사고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경우, 건강보험공단은 정부가 운영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 담당 보험사에 치료비를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
민사판례
뺑소니 또는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교통사고 피해자가 정부로부터 보상받는 금액은 건강보험공단이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구상권 대상이 아닙니다.
민사판례
무보험차 사고 피해자가 정부 보상금을 받은 후 가해자에게도 배상받는 경우, 정부에 보상금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는 약정은 부당하며, 실제 손해액을 초과하는 부분만 반환하면 된다는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뺑소니 또는 무보험차 사고 피해자가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기 전에 가해자와 합의하여 배상금을 받았더라도, 그 금액이 정부가 보상해야 할 금액보다 적다면 나머지 차액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 또한, 피해자가 정부에 보상금을 청구한 이후에 가해자와 합의한 경우, 그 합의금이 정부 보상금을 초과하는 손해 부분에 대한 합의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