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농산물 숙성 장치로 인해 발생한 사과 손해 배상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장치 제조사의 책임 범위와 손해액 산정 기준 시점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피고가 제조·판매하는 농산물 숙성 장치를 구입하여 사과 저장 창고에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저장된 사과에서 갈변 및 함몰 증상이 발생했습니다. 조사 결과, 장치에서 발생하는 오존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피고는 작동 시간 설정을 잘못한 원고의 과실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쟁점 1: 제조사의 고지 의무 위반
원심은 피고에게 오존 위험성 고지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달리 보았습니다. 숙성 장치의 오존 발생과 사과 손상 간의 인과관계, 그리고 작동 시간 설정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피고는 사용 설명서에 오존의 부작용을 명확히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인체에 무해한 농도"라고 표시한 것은 부족하며, 오존 농도 증가에 따른 농작물 피해 가능성을 알려야 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원심의 판단은 잘못되었습니다.
쟁점 2: 제조물 책임법 적용 여부
대법원은 제조물 책임법(제3조)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제750조)에 대한 특별법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따라서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손해 배상 청구 시, 설령 원고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주장하더라도 법원은 우선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을 주장했으므로, 환송심에서는 제조물 책임법 적용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6다17934 판결 참조)
쟁점 3: 손해액 산정 기준 시점
원심은 장치 가동 중단일을 손해액 산정 기준 시점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불법행위가 없었을 때의 재산 상태와 현재 재산 상태의 차이이며,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시를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민법 제393조, 제750조, 제763조)
다만 불법행위 시와 결과 발생 시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다면, 결과 발생 시, 즉 손해 발생 시를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손상된 사과를 포함하여 판매 가능한 사과를 모두 매각한 시점에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했으므로, 이 시점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1828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6368 판결,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다65710 판결 참조)
결론
이 판결은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손해 배상 사건에서 제조사의 고지 의무, 제조물 책임법 적용, 그리고 손해액 산정 기준 시점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제조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제품에 하자가 있고 그 하자로 손해가 발생했음이 인정되지만, 정확한 손해액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모든 증거와 정황을 고려하여 손해액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감정 결과에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전체 감정 결과를 배척하지 않고 오류 부분만 제외하고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민사판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사과의 속이 썩은 경우, 이는 쉽게 알 수 없는 하자에 해당하며, 과수원을 경영하며 사과를 재배해 판매하는 행위는 영업으로 보기 어려워 상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
민사판례
세관이 압수한 녹용이 보관 부실로 훼손되었을 때, 세관은 소유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하며, 그 손해액은 녹용의 국내 시가가 아닌 도착가격(수입가격 + 운송비 등)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다만, 공식적으로 압수되지 않은 물품에 대한 세관의 책임은 없다.
상담사례
불량식품으로 인한 피해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조사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농업용 난로 부품(커플링)의 하자로 농작물이 냉해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 부품 판매업자에게 확대손해(냉해 피해) 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단순히 부품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판매자가 특정 품질이나 성능을 보증했는지, 그리고 하자와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판결.
상담사례
복잡한 제품의 하자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제품 결함을 추정할 수 있는 정황과 정상적인 사용 중 피해 발생 사실만 입증하면 되고, 제조사가 반증해야 책임을 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