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4.10.11

민사판례

사문서 진정성립, 증언만으로 믿을 수 있을까?

법정 다툼에서 중요한 증거 중 하나가 바로 문서입니다. 계약서, 확인서 등 다양한 문서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런데 만약 문서가 위조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는 진짜 문서라도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요? 오늘은 사문서의 진정성립, 즉 문서가 진짜이고 그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관련된 법원 판결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건의 개요

한 회사(원고)가 다른 회사(소외 회사)의 임대보증금을 압류하려고 했습니다. 소외 회사가 원고에게 빚을 졌는데, 돈을 갚지 않자 소외 회사가 건물주(피고)에게 받을 임대보증금을 대신 받으려고 한 것이죠. 그런데 건물주는 소외 회사와의 임대차계약이 이미 끝났고, 새로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로운 임차인과 맺었다는 임대차계약서(을 제1호증)와 확인서(을 제2호증)까지 제출했죠. 건물주는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증인의 증언을 통해 이 문서들이 진짜라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과연 법원은 증인의 말만 듣고 문서가 진짜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요? 원고는 증인과 건물주가 짜고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증인의 증언을 믿고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증인의 증언만으로 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 증인의 이해관계: 증인은 소외 회사의 대표였고, 소외 회사는 원고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증인은 원고에게 돈을 갚지 않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28조 - 증거의 신빙성)

  • 증언의 모순: 건물주는 처음에는 임차보증금을 돌려준 시점을 다르게 말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습니다. 또한 증인도 문서 작성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등 증언 내용에 모순이 있었습니다.

  • 경험칙에 반하는 내용: 소외 회사는 돈이 없었는데도 새로운 임차인에게 사무실을 계속 사용하도록 허락했다는 점, 새로운 임차인이 아무런 보장 없이 소외 회사의 월세를 대신 내주기로 했다는 점 등은 일반적인 상식에 맞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이유로 증인의 증언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87조 - 증거능력)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사문서의 진정성립을 판단할 때 증인의 증언만으로는 부족하고, 증언의 신빙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증언 내용의 합리성, 증인의 이해관계, 다른 증거와의 일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대법원 1992.1.21. 선고 91다22643 판결 참조)

결론

문서가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누군가의 말만 듣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여러 가지 정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이 판례는 법정 다툼에서 증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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