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살던 집을 나가면서 아주 작은 부분을 수리하지 않았다고 해서, 집주인이 거액의 보증금 전체를 돌려주지 않는 것이 정당할까요? 대법원은 이러한 집주인의 행동은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다35400 판결)
이 사건에서는 세입자가 전기시설 원상복구를 하지 않고 집을 비웠습니다. 원상복구 비용은 단 32만 6천원 정도였는데, 집주인은 이를 빌미로 무려 1억 2천5백만원이 넘는 보증금 전체를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세입자와 집주인의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세입자는 집을 원상복구해서 돌려줘야 하고, 집주인은 그에 맞춰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536조, 제615조, 제654조)
그런데 집주인은 세입자가 사소한 원상복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시이행 항변권을 행사하여 보증금 반환을 거부했습니다. 동시이행 항변권이란 상대방이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나도 내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집주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동시이행 항변권은 공평의 관념에 따라 인정되는 것인데, 세입자가 이행하지 않은 원상복구 의무가 사소하고 그 비용도 적은데, 집주인이 거액의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민법 제2조) 쉽게 말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법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집주인의 행동은 신의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의칙이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의 집주인처럼 아주 작은 하자를 빌미로 과도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나는 것이죠.
이 판결은 세입자의 원상복구 의무 이행과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 사이의 균형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중요한 사례입니다. 세입자는 원상복구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지만, 집주인 또한 사소한 하자를 빌미로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등 권리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와 유사한 판례로는 대법원 1976. 10. 12. 선고 73다584 판결, 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등이 있습니다.
상담사례
임대차 계약 종료 시 임대인은 사소한 원상복구 미흡을 이유로 보증금 전체 반환을 거부할 수 없고, 실제 원상복구 비용만 공제 가능하다.
민사판례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그 이후 임대인의 새로운 임차인 구하기 협조 요청을 거부한 경우, 이전 판결의 기판력이 제한될 수 있다.
민사판례
임대차 계약이 끝난 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주가 이사비용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 세입자가 건물을 비워주는 것과 건물주가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은 동시에 이행되어야 할 의무이기 때문.
민사판례
임대차 계약이 끝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세입자가 계속 집에 살더라도 월세(차임)를 낼 필요는 없다는 판결. 단, 제소전화해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는 세입자에게 무조건 차임 지급 의무를 부과할 수 없음.
상담사례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세입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따라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된다.
민사판례
세입자가 월세를 연체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상대로 집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을 때, 소송비용을 보증금에서 뺄 수 있을까요? 네, 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세입자가 다른 사람에게 보증금 반환채권을 양도했다고 하더라도, 집주인은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기 전까지는 소송비용을 보증금에서 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