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황당한 일들을 많이 겪게 되는데요. 오늘 소개할 사례는 정말 어이가 없는 경우입니다. 바로 사장님이 회사가 다른 사람에게 받을 돈(채권)을 자기 앞으로 돌려버린 경우입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쉽게 설명드리자면, 철수네 회사가 영희에게 1억 원을 빌려줬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철수네 회사 사장님이 갑자기 회사 대표 자격으로 영희에게 받을 1억 원 권리를 자기 개인에게 넘겨버린 겁니다. 이런 행위,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칙적으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회사의 사장, 즉 대표이사는 회사를 위해 충실하게 일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0조 내지 제692조, 상법 제382조의3). 회사 돈을 자기 마음대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겠죠.
특히 사장님처럼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가 자기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거래를 할 때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상법 제398조). 사장님이 회사 돈 받을 권리를 자기 앞으로 돌리는 것도 이런 거래에 해당합니다. 대법원도 이런 행위를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로 본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65180 판결). 다른 회사의 빚 보증을 서는 경우 (대법원 1984. 12. 11. 84다카1591 판결)나 회사가 이사의 빚을 갚아주는 경우 (대법원 1965. 1. 22. 선고 65다537 판결)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이사회 승인 없이 이런 거래를 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3자(여기서는 영희)에게는 "이사회 승인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회사가 입증해야만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다24626 판결).
단, 예외는 있습니다. 만약 사장님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적이 있고, 회사가 그 빚 대신 돈 받을 권리를 사장님에게 넘긴 것이라면, 이사회 승인이 없더라도 유효합니다 (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도2296 판결). 즉, 돈을 빌려준 사장님이 회사에게 돈을 돌려받는 정당한 방법으로 채권을 양도받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사장님이 회사 돈 받을 권리를 자기 앞으로 돌리는 것은 이사회 승인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하지만 제3자에게는 회사가 악의를 입증해야 하고, 채무 변제 목적이라면 예외적으로 유효할 수 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이 점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사례
돈을 갚지 않고 사업(영업)을 넘긴 채무자에게 채권자는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여 영업양도를 무효화하고 채무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민사판례
회사 이사가 대표이사와 공모하여 위조된 결의서로 회사 명의의 대출을 받고, 개인적으로 연대보증을 선 후 대출금을 변제했을 때, 회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
상담사례
대표이사가 이사회 동의 없이 돈을 빌렸어도, 채권자가 그 사실을 몰랐다면 회사는 빚을 갚아야 한다.
상담사례
돈을 빌려준 후 채무자가 제3자에게 채권을 양도했더라도 양도 약속이 대여 이전이었다면 채권자는 양도 통지만을 문제 삼아 취소할 수 없다. 즉, 돈을 빌려주기 전 채무자의 재산 상황 확인이 중요하다.
상담사례
이미 채권을 양도하고 통지까지 해서 권리가 없어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같은 채권을 다시 양도할 수 없다. 따라서 두 번째 양수인은 채무자에게 돈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
형사판례
회사 대표이사가 회사 돈을 보관하다가, 자신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것이 있었기에 그 돈으로 자신의 채권을 변제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