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2.03.31

형사판례

상관의 권력 이용한 군대 내 성폭력,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오늘 소개해드릴 판례는 군대 내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입니다.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과 가해자의 폭행·협박 여부를 둘러싼 법리적 판단이 쟁점이 된 사건인데요,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사건의 개요

해군 장교였던 피고인은 자신의 부하 장교였던 피해자를 관사로 불러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고 강제로 입을 맞추고 가슴을 만진 후 간음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약 7년 후 피해자가 이 사건을 고소했고,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쟁점 1: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원심(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 진술에 일부 모순되는 부분이 있고, 피고인의 주장이 더 신빙성 있다고 판단하여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피해자 진술은 핵심적인 부분에서 일관되고, 다른 증인들의 진술과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없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 핵심 법리: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져 있지만,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합치해야 합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의 심증 형성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여야 하지만,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

쟁점 2: 가해자의 폭행·협박 여부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부분도 문제 삼았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상관의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자신의 관사로 불렀고, 갑작스럽게 유형력을 행사했습니다. 피해자는 군 조직의 특성상 상관의 지시에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전에 다른 성폭력 피해를 입어 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모든 정황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
  • 핵심 법리: 강간죄의 성립 요건인 폭행·협박 여부는 단순히 피해자의 반항 여부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피해자의 처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형법 제297조, 군형법 제92조)

쟁점 3: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과 간접증거로서의 가치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 하에 신체접촉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고,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피고인의 진술 자체가 유죄의 직접 증거는 될 수 없지만, 그 진술의 모순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간접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결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은 군대 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그리고 상관의 지위를 이용한 행위가 어떻게 폭행·협박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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