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건설공사 선급금을 부동산으로 대신 지급하는 '대물변제'와 관련된 법적 분쟁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된 사례입니다.
사건의 개요
원도급사인 원고는 수급사업자인 한양전기에 공사 선급금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현금 대신 자신이 소유한 미분양 주택 및 상가를 한양전기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선급금을 지급했습니다. 한양전기는 이 부동산들을 자사 임직원 명의로 등기했습니다. 이후 한양전기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자, 원고는 보증기관인 피고에게 선급금 반환 보증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선급금이 이미 대물변제로 지급되었으므로 보증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주요 쟁점 및 법원의 판단
하도급법 적용 범위: 하도급법은 명칭과 달리 원도급 관계에도 적용됩니다 (하도급법 제2조 제1항, 제2항). 원사업자의 규모가 법 적용 기준이지, 하도급 관계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다61435 판결).
선급금과 하도급대금: 공사 선급금은 수급인이 공사를 원활히 진행하도록 도급인이 미리 지급하는 공사대금의 일부이므로 하도급법 제17조의 하도급대금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 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다55519 판결).
'건설위탁'의 의미: 하도급법상 '건설위탁'은 동일한 업종의 건설업자 간에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도급법 제2조 제9항).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전기/소방공사 면허가 없어 한양전기에 공사를 도급했는데, 이는 건설위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부당한 대물변제'의 의미: 하도급법 제17조는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여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수급사업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원사업자 의사에 따라 물품 지급에 동의하면 '의사에 반하여'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 당시부터 대물변제를 전제로 한다면 이는 부당한 대물변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 체결 당시부터 대물변제가 약정되었으므로 하도급법 위반이 아닙니다.
하도급법 위반 계약의 효력: 하도급법 제17조, 제20조 위반은 벌금형의 대상이지만, 위반 계약 자체가 무효는 아닙니다 (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다20434 판결).
대물변제의 효력: 대물변제로 채무를 소멸시키려면 현실적인 급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부동산의 경우,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는 등기가 필요합니다 (민법 제186조, 제466조). 이 사건에서는 한양전기가 부동산을 임직원 명의로 등기했는데, 이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하여 무효입니다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3항, 대법원 1984. 6. 26. 선고 82다카1758 판결,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 따라서 유효한 대물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는 보증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결론
법원은 하도급법 위반 여부와 별개로, 대물변제 자체가 무효이므로 피고가 보증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례는 건설공사에서 대물변제 시 법적 효력 발생 요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등기를 넘기는 행위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질적인 소유권 이전이 이루어져야 대물변제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건설사가 하청업체에 공사대금 대신 아파트(구분건물)를 주기로 약속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다면, 비록 아파트에 하자가 있더라도 일단 공사대금 지급 의무는 없어진다는 판결입니다. 하자에 대해서는 따로 보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국가가 건설사와 공사계약을 맺고, 건설사가 부도 등의 사유로 공사를 중단했을 때 하도급업체 보호를 위해 국가가 하도급 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직불합의를 했어도, 이것이 건설사의 선급금 보증보험사의 책임 범위를 늘리지는 않는다는 판결.
민사판례
건설공사에서 도급인(발주자), 원수급인, 하수급인 간에 하도급대금을 도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의 성격에 따라 도급인이 원수급인의 채권자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진다는 판례입니다. 단순히 대금 지급방식만 바꾼 것인지, 아니면 원수급인의 공사대금 채권 자체를 하수급인에게 양도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민사판례
공사 도중 계약이 해지되면 원칙적으로 미지급 공사대금은 선급금으로 충당되지만,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금 직접 지급 조항이 있는 경우, 발주자는 선급금을 이유로 하도급 대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
민사판례
공사대금 대신 아파트를 받기로 한 약속(대물변제예약)은 별도의 매매계약과 다르게 취급해야 하며, 원래 공사대금 채무가 해결되면 아파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민사판례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추가금액을 받더라도 하도급 대금을 증액하지 않기로 한 계약은 구 하도급법(1995년 개정 전) 제16조 위반이지만, 그렇다고 하도급 계약 자체가 무효인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