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6.11.12

형사판례

선착장 앞 양식장 설치, 업무방해일까? 정당한 행위일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선착장 앞에 양식장을 설치하여 다른 사람의 사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핵심 쟁점은 무엇이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업무'인지, 그리고 양식장 설치가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선착장 앞에 양식장을 설치했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선착장을 이용하려던 폐석 운반 회사의 업무가 방해받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쟁점 1: 무엇이 '업무'인가? (형법 제314조)

원심은 폐석 운반 회사가 선착장에 대한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 회사의 폐석 운반 업무를 '업무방해죄'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불법적인 업무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의 의미를 달리 해석했습니다. 대법원은 '업무'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1. 6. 28. 선고 91도944 판결 참조) 비록 해당 회사가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마을 주민 대표들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고흥군의 지시에 따라 선착장을 이용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사의 폐석 운반 업무를 '업무'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설령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이나 행정행위 등이 완벽하게 적법하지 않더라도, 그 업무 자체가 보호할 가치가 있다면 업무방해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쟁점 2: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가? (형법 제20조)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당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동기나 목적의 상당성, ②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③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④ 긴급성, ⑤ 보충성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도2899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고의로 회사의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양식장을 설치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업무'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 사건은 '업무'의 범위와 '정당행위'의 요건을 명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사업을 운영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할 때, 이러한 법리들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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