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 앞 도로를 막아 교통을 방해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도로를 막은 행위 자체뿐 아니라, 그 행위가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법적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의 집 앞 도로는 10년 넘게 인근 회사의 폐기물 운반 차량이 이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차량들 때문에 피고인의 집에 균열이 생기고 담장이 부서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회사 측과 보상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결국 피고인은 자신의 트랙터를 도로에 세워두거나 철책 펜스를 설치하여 차량 통행을 막았습니다. 심지어 차량 앞을 가로막고 앉아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 중 트랙터와 철책 펜스로 도로를 막은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형법 제185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공공의 교통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도로를 막아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도147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차량 앞에 앉아 통행을 일시적으로 방해한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행위가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또한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보기도 했지만, 대법원은 이 부분도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근처에 대체 도로가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폐기물 운반 업무가 실제로 방해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업무방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5. 10. 27. 선고 2005도5432 판결,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6도9028 판결 참조) 업무방해죄는 실제 업무방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결과 발생의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런 위험조차 없었다고 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정당행위(형법 제20조)**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당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가처분 신청 등 다른 방법을 시도하지 않고 바로 도로를 막는 방법을 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415 판결 등 참조)
결론
이 사건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때에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억울한 상황이라도 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오히려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 판결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죄의 일부만 유죄로 인정될 경우, 양형 조건이 달라진다는 점도 시사합니다. (대법원 1980. 12. 9. 선고 80도38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4490 판결 등 참조) 이는 형법 제40조, 형사소송법 제383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형사판례
사유지라도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도로라면 함부로 막으면 안 됩니다. 소유권 분쟁이 있더라도 법적 절차를 거쳐야지, 직접 도로를 막는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합니다. 또한, 실제로 교통 방해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될 가능성만으로도 죄가 성립합니다.
민사판례
단순히 일반 대중이 이용하는 토지라고 해서 누구든지 통행 방해를 이유로 지장물 제거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인에게만 통행 방해가 발생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위법한 침해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진입로가 있다면 그 진입로가 해당 토지 이용에 부적합하다는 점이 명확해야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됩니다.
형사판례
인근 상가가 통행로로 사용하던 땅에 소유주 대신 관리자가 철망 등을 설치해 통행을 막은 경우,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며, 이는 정당한 자구행위라고 볼 수 없다.
형사판례
개인 소유 땅이라도 오랫동안 사람들이 길로 사용했다면 함부로 막아 교통을 방해할 수 없고, 이를 어길 시 일반교통방해죄와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형사판례
일반 대중이 다니는 농로를 막는 행위도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 땅 주인이든 아니든, 사람이 많이 다니든 적게 다니든 상관없이 '사실상' 공공의 통행로로 쓰이는 곳이면 '육로'로 본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도로를 막았더라도 대체 도로가 있어서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