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10.13

형사판례

수기식 정기예금증서와 업무상횡령죄, 그 경계는 어디일까?

은행 직원이 고객의 돈을 횡령하는 사건은 종종 뉴스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만약 예금증서가 수기로 작성된 경우, 그 돈을 횡령한 직원을 처벌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에 대한 흥미로운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수협 지소의 지소장과 대리가 공모하여 고객들로부터 정기예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수기식 정기예금증서를 발급했지만, 실제로는 수협에 입금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건입니다. 이들은 이 돈을 고금리로 대출하여 이자 차익을 얻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수기로 작성된 정기예금증서가 유효한 예금계약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다면 직원들의 행위가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모든 수기식 정기예금증서가 무효라고 단정짓지 않았습니다. 예금계약은 예금자가 예금 의사를 표시하고 금융기관이 돈을 받으면 성립합니다. 통장이나 증서의 형태는 예금계약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84.8.14. 선고 84도1139 판결 참조)

따라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예금한 고객들의 경우, 수기식 증서를 받았더라도 유효한 예금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직원들이 이 돈을 횡령했다면 업무상횡령죄(형법 제356조)가 성립합니다.

그러나, 사채 중개인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기로 하고 예금한 고객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들은 사채 중개인의 개입, 수기식 증서 사용,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자 등의 정황을 고려했을 때 정상적인 예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경우 예금계약은 유효하지 않으며, 직원들의 행위는 업무상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심이 모든 예금계약을 유효하다고 전제하고 업무상횡령죄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각 예금계약의 성립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참조)

이 판례는 수기식 정기예금증서와 관련된 업무상횡령죄의 성립 범위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금융기관 직원의 횡령 행위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금주의 선의를 보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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