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도서관 신축 공사를 둘러싸고 몇몇 관계자들이 수의계약을 입찰처럼 위장하고, 특정 업체에 부당한 이득을 주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수의계약을 입찰로 꾸몄을 때 입찰 담합(건설산업기본법 위반)과 배임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가짜 입찰은 '입찰 담합'이 아니다?
검찰은 관계자들이 서로 짜고 가짜 입찰을 만들어 특정 업체를 선정했으니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입찰 담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 제1호는 "입찰자 간에 공모하여 미리 조작한 가격으로 입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입찰 담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법원은 진짜 입찰이 이뤄져야만 입찰 담합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애초에 입찰을 진행할 의사가 없었고, 단지 수의계약을 정당화하기 위해 형식적인 서류만 만들었을 뿐입니다. 즉, 실제 입찰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찰 담합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4700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도7176 판결)
2. 수의계약으로 인한 손해, 배임죄 성립할까?
검찰은 관계자들이 수의계약을 통해 대학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법원은 수의계약 자체가 배임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수의계약으로 정한 공사대금이 일반경쟁입찰을 했을 때 예상되는 금액보다 과도하게 비싸야만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수의계약으로 정해진 공사대금이 적정한 수준인지, 대학에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81. 6. 23. 선고 80도2934 판결,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3. 부정한 청탁이 있었을까? - 배임수재죄와 배임증재죄
검찰은 특정 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도록 부탁하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죄와 배임증재죄)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하도급을 준 것이 부정한 청탁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도급 업체 선정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합의를 통해 결정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입니다.
정리하며
이번 사건은 수의계약을 입찰처럼 꾸민 행위가 입찰 담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수의계약 자체만으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고 실제 손해 발생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수의계약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물론, 수의계약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 수수가 있었다면 다른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여러 업체가 입찰에서 특정 업체가 낙찰받도록 담합했는데, 담합에 참여한 업체 중 하나가 담합 약속을 어기고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여 낙찰받았다면 이는 입찰방해죄에 해당한다.
형사판례
여러 업체가 서로 짜고 경쟁하는 척하며 실제로는 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입찰방해죄에 해당한다.
형사판례
여러 회사가 입찰에서 담합하여 낙찰 확률을 높이고, 담당 직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건. 법원은 일부 회사 간의 담합만으로도 입찰방해죄가 성립하고, 뇌물을 다른 사람(처제) 명의로 받더라도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
형사판례
여러 업체가 서로 짜고 경쟁 입찰인 것처럼 가장하여 실질적으로 한 업체만 낙찰받도록 조작한 경우, 비록 입찰 주최 측에 금전적 손해를 끼치지 않았더라도 입찰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건설업체들이 서로 짜고 입찰 가격을 조작하는 담합 행위는 출혈 경쟁 방지 목적이라도 불법이며, 죄형법정주의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형사판례
입찰 담합은 실제로 입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입찰의 공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으면 처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