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13일, 16대 국회의원 선거. 뜨거운 선거 열기 속에서 시민단체의 활발한 낙선운동이 펼쳐졌습니다. 그런데 낙선운동의 대상이 되었던 한 후보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경우에 선거무효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2001년 12월 28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핵심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입니다. 낙선운동 대상이었던 후보 측은 시민단체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불법적인 낙선운동을 벌였고, 선관위가 이를 제대로 감시·규제하지 않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시민단체가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가두행진, 불법 유인물 배포 등을 했고, 당선된 후보 측의 기부행위 의혹,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발표 등의 관권 개입도 문제 삼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선거무효 소송은 선거 과정에서 법 위반이 있고, 그 위반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때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22조, 제224조). 즉,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다른 선거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시민단체의 일부 행위가 위법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선관위가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위법행위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선거무효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당선무효 소송 역시 선거무효소송과는 별개의 소송이라는 이유로 각하했습니다.
이 사건의 의미
이 판결은 시민단체의 정치참여, 특히 낙선운동의 허용 범위와 한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시민단체는 선거 과정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낙선운동을 펼칠 수 있지만,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관위는 시민단체의 불법 선거운동을 감시하고 제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참조 판례)
대법원 1982. 1. 29. 선고 81수7 판결, 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수59 판결, 대법원 1999. 8. 24. 선고 99우55 판결, 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수87 판결,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수124 판결, 대법원 2001. 6. 1. 선고 2000수70 판결,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0수216 판결,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수131 판결
형사판례
당선 목적 없이 특정 후보 낙선만을 위한 운동도 선거운동에 해당하며, 선거법 위반 시 처벌받습니다. 또한, 선거법 위반과 다른 죄를 함께 저지른 경우, 각각의 죄에 대해 따로 형을 선고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법으로 금지된 방식의 낙선운동은 후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설령 낙선에 영향을 주지 않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시민단체가 벌인 낙선운동이라고 해도 '시민불복종'이나 '긴급피난' 등의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일반행정판례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당선이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당선 무효가 되려면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야 합니다.
형사판례
선거운동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여 정치인의 통상적인 정치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다수의견과,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선거운동의 의미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대립한 판례. 다수의견이 받아들여져, 선거운동은 선거인이 객관적으로 당선/낙선 목적을 인식할 수 있는 행위로 한정되었다.
일반행정판례
선거운동 중 후보자의 위법행위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선거 자체나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법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 있는 관리 소홀이 있어야 선거가 무효가 됩니다. 당선 무효는 선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당선인 결정 과정의 위법성을 다투는 것이며, 후보자의 선거 범죄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될 뿐 당선 무효 사유는 아닙니다. 다만, 당선인이 선거범죄로 일정 수준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됩니다.
형사판례
특정 후보 지지가 허용된 단체라도, 단체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절차 없이 대표자가 개인 의견으로 특정 후보를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