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1.07.28

민사판례

시위 전력으로 인한 사법시험 불합격, 25년 만의 진실 규명과 국가배상 소멸시효

1970년대 유신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몇몇 사람들이 시위 전력 때문에 사법시험에서 탈락했습니다. 25년 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이들의 불합격 처분이 위법했다고 판단하고 국가에 시정을 권고했습니다. 국가는 권고를 받아들여 불합격 처분을 취소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과거의 부당한 처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라는 이유로 이들의 국가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쟁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사건의 핵심은 국가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입니다. 국가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권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이를 소멸시효라고 합니다.

원고들은 시위 전력 때문에 사법시험에 탈락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국가가 관련 증거를 모두 가지고 있어 소송을 제기해도 이길 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법률상의 장애, 예를 들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단순히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상의 장애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66조 제1항,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불합격 처분 시점부터 소멸시효(당시 구 예산회계법)에 따라 5년이 진행되었고, 진화위의 결정 이전에 이미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또한, 원고들은 진화위의 권고와 국가의 불합격 처분 취소를 근거로 국가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진화위의 권고는 과거사 반성과 화해를 위한 것이지, 금전적 배상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제105조,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

마지막으로, 원고들은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제2조)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국가가 단순히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없으며, 원고들이 주장하는 특별한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이 판결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판결은 소멸시효 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시간이 흐르면 증거가 없어지거나 기억이 희미해져 진실 규명이 어려워지고, 법적 안정성도 훼손될 수 있습니다.  비록 과거의 부당한 처분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더라도, 소멸시효가 지났다면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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