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일을 당해서 신문에 호소문을 게재했는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면 어떨까요? 억울함을 호소하려다 오히려 범죄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신문 기사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허위성'과 '허위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이 당한 방화 사건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에 호소문을 게재했습니다. 이 호소문 내용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고,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쟁점: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야 신문에 냈는가?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호소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단순히 호소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명예훼손죄, 특히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9조 제2항)**가 성립하려면, 글쓴이가 그 내용이 허위라는 것을 알고도 게재했어야 합니다.
대법원의 판단: 허위 인식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허위 인식이 핵심: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적시된 사실이 허위일 뿐만 아니라, 글쓴이가 그것이 허위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만약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면, 일반 명예훼손죄(형법 제309조 제1항)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1988.9.27. 선고 88도1008 판결, 1991.3.27. 선고 91도156 판결 참조)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글쓴이가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즉 고의가 있었는지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호소문을 작성했다고 주장하며 허위 인식을 부인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인의 주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허위 인식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지인의 증언 등을 통해 피고인의 허위 인식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관련 법 조항
이 사건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서 허위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보여줍니다. 단순히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허위라는 점을 알고서 게재했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형사판례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말해서 남의 명예를 훼손하는 죄인데, 그 사실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거짓인 경우, 거짓이라는 걸 알고 말했을 때 더 무겁게 처벌된다.
민사판례
외부 필자가 신문에 기고한 글에 허위 사실이 포함되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언론사가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결.
형사판례
기사에서 직접적으로 단정하지 않고 소문이나 추측을 인용하여 보도하더라도, 그 내용이 특정 사실을 암시하여 명예를 훼손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암시된 사실 자체의 진실성과 공익성 등이다.
형사판례
인터넷 게시판에 유학원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올린 피고인이 명예훼손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검사가 글의 허위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즉, 인터넷 명예훼손에서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피고인이 진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민사판례
인터넷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허위사실 적시 여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 존재 여부,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의 균형 등이 쟁점이 되었고, 법원은 정당의 정치적 논평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게시글 작성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형사판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을 때, 검사는 해당 발언이 거짓이라는 사실과 고소인이 그 거짓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 모두를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나 의견 표명은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