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허 분쟁, 특히 의약품 분야에서 자주 문제되는 진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온 혈액응고억제제 아픽사반 특허 사례를 통해 좀 더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아픽사반(Apixaban)이라는 신약의 특허권자인 원고와, 해당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제약회사들(피고) 사이의 분쟁입니다. 특허심판원은 이 특허가 기존 발명에 비해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효로 만들었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결국 대법원까지 온 사건입니다.
핵심 쟁점: 진보성이란 무엇인가?
특허는 새로운 발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새로운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존 기술보다 진보성이 있어야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전 기술을 알고 있는 전문가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정도의 발명이라면 특허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특허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진보성 판단 기준 다시 확인: 대법원은 진보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쪼개서 볼 것이 아니라, 발명 전체의 구성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 발명이 기존 기술에 비해 어떤 특별한 효과를 내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허법 제29조 제2항,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등) 특히 이전 발명에 상위개념만 나와 있고, 새로운 발명이 그 하위개념에 해당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쿠쉬(Markush) 형식의 특징 고려: 선행발명에 여러 화학물질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마쿠쉬 형식이 사용된 경우, 그 안에 새로운 화합물이 이론상 포함될 수 있더라도 실제로 그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이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마쿠쉬 형식에 포함될 수 있는 화합물의 수, 전문가가 특정 화합물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지 여부 등입니다.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 743 판결)
아픽사반 사례에 적용: 선행발명에는 아픽사반과 유사한 화합물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았고, 전문가가 아픽사반의 구조를 쉽게 선택할 만한 동기나 암시도 없었습니다. 또한 아픽사반은 기존 약물에 비해 개선된 효과를 보였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아픽사반 특허가 진보성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특허법원에 다시 판단하도록 한 것입니다.
결론
이번 판결은 신약 개발처럼 복잡한 화학 분야에서 특허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이론적인 가능성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실제로 그 발명에 이르는 과정의 난이도와 새로운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허 분쟁, 특히 의약품 분야에서 진보성 판단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앞으로의 판결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판례
이 판례는 이미 알려진 기술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발명을 만들었을 때, 그 발명이 진정으로 새로운 것인지(진보성)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약품의 새로운 용도를 발명했을 경우, 진보성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특허판례
이 판례는 특정 화합물(R-트란스 헵탄산 및 R-트란스 카르복스아미드)과 그 용도(콜레스테롤 생합성 억제)가 이미 선행 발명에 개시되어 신규성이 없고, 해당 화합물의 염 형태 역시 선행 발명에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특허판례
이 판례는 기존 의약품과 화학구조는 같지만 결정 형태가 다른 새로운 결정형 의약품의 특허 진보성 판단 기준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결정형을 찾는 스크리닝 작업이 일반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진보성을 부정할 수 없고, 새로운 결정형이 가져오는 효과의 현저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허판례
이 판례는 특정 성분과 중합체를 결합한 서방형 제제(약물이 천천히 방출되도록 만든 약)에 대한 특허의 진보성을 다룹니다. 대법원은 이 특허가 기존 기술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기술적 진보가 있다고 판단하여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했습니다.
특허판례
기존 당뇨병 치료제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신약이 개발되었으나, 그 차이가 너무 미미하여 새로운 발명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선행발명에서 쉽게 예측 가능한 변형에 불과하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특허판례
기존 약물에 흔히 쓰이는 약학적 허용담체를 추가한 약학 조성물은 새로운 발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