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2.08.25

민사판례

실손보험과 임의비급여, 보험사가 직접 병원에 돈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

실손의료보험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고마운 제도입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받은 치료가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만약 받았다면 보험사가 직접 병원에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쟁점에 대한 흥미로운 결론이 나왔습니다.

사건의 발단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병원에서 트리암시놀론 주사 치료(임의비급여)를 받고 진료비를 지급했습니다. 이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지급받았죠. 그런데 보험사는 이 치료가 위법한 임의비급여에 해당하여 진료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보험금 지급 사유가 아니므로 가입자들에게 준 보험금을 돌려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가입자들을 대신하여(대위) 병원에 직접 진료비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보전의 필요성

보험사가 가입자를 대신하여 병원에 직접 청구하려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전의 필요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가입자들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 경우에도(자력이 있는 경우)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다수의견)

대법원은 가입자에게 자력이 있다면 보험사가 직접 병원에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가입자에게 자력이 있다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직접 보험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굳이 병원에 직접 청구하지 않아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죠.
  • 보험사의 보험금 반환채권과 가입자의 진료비 반환채권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부족합니다. 보험사가 돈을 돌려받는 것이 가입자의 진료비 반환에 달려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오히려 보험사가 직접 병원에 청구하는 것을 허용하면 보험사에게 부당한 특권이 주어지고, 다른 채권자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날 수 있습니다.
  • 또한, 가입자가 병원에 진료비 반환을 요구할지 여부는 가입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려있는데, 보험사가 이에 개입하는 것은 가입자의 재산관리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404조 제1항)

반대의견

하지만 대법관 5인은 반대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보험사의 보험금 반환채권과 가입자의 진료비 반환채권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보험사가 직접 병원에 청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가입자도 소송에 휘말리지 않아 이득이라는 것이죠. 또한, 위법한 임의비급여 치료를 한 병원이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험사의 직접 청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이번 판결은 실손보험과 임의비급여 관련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보험사가 가입자를 대신하여 병원에 직접 청구할 수 있는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죠. 다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아 향후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참조판례: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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