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6.03.24

형사판례

쌓아둔 모래, 다시 캐면 불법일까? - 골재채취에 대한 새로운 시각

오늘은 골재채취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번 채취했던 골재를 다시 채취하는 것도 골재채취법 위반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판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과거에 허가를 받아 모래를 채취한 후, 해당 토지에 모래를 야적해 두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야적된 모래는 주변 토지와 일체화되어 마치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형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해당 토지에서 모래를 다시 긁어내어 반출했고, 이 행위가 골재채취법 위반으로 문제가 되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1. 골재채취법상 '채취'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2. 이미 채취되어 보관된 골재가 주변 환경과 일체화되어 새로운 자연상태가 된 경우, 이를 다시 긁어내는 행위가 골재채취에 해당할까요?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골재채취법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골재채취법 제2조 제1호는 '골재'를 건설공사 기초재료로 쓰이는 암석, 모래, 자갈 등으로 정의하고, 같은 조 제1의2호는 '채취'를 자연상태로부터 분리해 내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이미 채취되어 보관된 골재를 다시 옮기는 것은 채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도1497 판결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야적된 모래가 오랜 시간 동안 주변 환경과 일체화되어 새로운 자연상태를 형성했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즉, 단순히 쌓아둔 모래가 아니라 토지의 일부가 된 것이죠. 따라서 이를 다시 긁어내는 행위는 자연상태의 골재를 분리해 내는 '채취'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새로운 자연상태 형성 여부는 토지의 이용 현황, 주변 환경, 관리 상태, 생태 구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야적된 모래가 약 6년 동안 방치되었고, 바람과 해수의 영향으로 다져지면서 인접 농경지 제방과 함께 통행로로 이용되는 등 새로운 지형을 형성했다는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과거 허가받은 골재의 반출에 대한 질의를 건설교통부에 했고, 건설교통부로부터 규제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회신은 원론적인 답변에 불과하며, 오히려 관할 관청(무안군수)으로부터 반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에게 위법성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이번 판례는 단순히 한 번 채취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채취'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며, 주변 환경과의 일체화 여부, 즉 새로운 자연상태 형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골재채취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이러한 점을 유의해야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조조문: 골재채취법 제2조 제1호, 제1의2호, 제22조 제1항, 제49조 제3호

참조판례: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도1497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형사판례

사금 채굴 허가 받고 모래, 자갈만 채취? 그럼 불법!

사금 채취 허가를 받았더라도 실제로는 사금을 캐지 않고 모래와 자갈만 채취하면 산림법 위반입니다.

#사금 채취#모래#자갈#산림법 위반

형사판례

남의 땅에 쌓인 흙, 내 맘대로 써도 될까? - 골재채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웃 토지에서 굴착한 흙을 내 땅에 쌓아둔 것을 내가 옮겼더라도 골재채취법 위반이 아니다. 골재 채취는 자연 상태의 흙, 모래, 자갈 등을 캐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땅에서 직접 흙을 파낸 경우에는 골재 채취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 있다.

#골재채취#불법채취#자연상태#토지

형사판례

남이 채취한 골재, 가공만 하면 골재 채취업일까?

1995년 6월 16일 이전에는, 다른 사람이 채취한 골재를 단순히 파쇄하고 선별하는 작업만 하는 것은 골재채취업으로 등록할 필요가 없었다.

#골재채취#파쇄·선별#등록#1995년 이전

형사판례

광업권 있다고 아무거나 다 캐도 되나요? 골재 채취, 허가 받아야 합니다!

규사 광업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광업권 구역 내에서 골재 채취 허가 없이 모래를 채취할 수는 없습니다. 광물 채굴과 관련 없이 골재를 채취할 경우 골재채취법 위반입니다.

#광업권#골재채취#허가#모래

형사판례

바닷모래 채취, 허가량 넘기면 처벌받을까?

허가받은 채취량보다 많이 토석이나 해사를 채취하면 허가 없이 채취한 것으로 간주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골재채취법 시행령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허가내용 변경 승인 없이 채취량을 초과하면 처벌 대상입니다.

#허가받은 채취량 초과#처벌#공유수면관리법#골재채취법

형사판례

시행령 없어도 허가 없는 골재 채취는 불법!

골재채취법이 시행되었지만, 관련 시행령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허가 없이 골재를 채취하면 불법입니다.

#골재채취#허가#불법#시행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