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받는 일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만약 돈을 빌린 사람의 배우자가 대신 돈을 받고 이자까지 냈다면, 그 빚은 누구의 빚일까요? 오늘은 배우자의 대리권 문제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남편(피고)이 돈을 빌릴 때 아내(김정자)가 대신 돈을 받고 근저당 설정 서류도 건네주었습니다. 이후 아내는 이자도 꼬박꼬박 냈습니다. 약 4년 후, 남편의 딸(김은정)과 아내는 채권자(원고)와 남은 빚을 확정하고 분할 변제 약정을 새롭게 맺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이 약정에 따른 돈을 갚지 않았고, 원고는 아내와 딸이 남편을 대리해서 약정을 맺었으니 남편이 빚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아내와 딸이 남편을 대리해서 새 약정을 체결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돈을 빌릴 당시 아내가 돈을 받고 이자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새 약정을 체결할 권한까지 아내와 딸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돈을 빌릴 때 아내가 남편을 대신했더라도, 그 이후 새로운 약정을 맺을 때는 별도의 대리권이 필요합니다. 원고는 아내와 딸이 남편의 대리인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하지만 법원은 돈을 빌릴 당시의 행위와 이자 지급 사실만으로는 새 약정까지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아내가 남편 대신 돈을 받고 이자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나중에 빚 액수를 다시 정하고 갚는 방법을 바꾸는 중요한 약속까지 아내가 남편 대신 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편은 아내와 딸이 맺은 새 약정에 따라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관련 법 조항: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제삼자에 대하여 타인에게 대리권이 있음을 표시한 자는 그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행위에 관하여 책임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대리권이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판례는 대리권의 범위와 표현대리 성립 요건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금전 거래와 같이 중요한 법률 행위에서는 대리권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대리인의 행위가 진정한 대리인의 의사에 부합하는지 신중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사례
배우자의 빚은 일상 가사와 관련된 경우에만 연대 책임을 지며, 배우자 동의 없는 고액 대출 등 일상 가사 범위를 벗어난 빚은 책임지지 않는다.
상담사례
배우자 몰래 타인을 배우자로 위장하여 대출받은 경우, 배우자에게 대리권이 없고 은행이 대리 관계를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배우자는 대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주는 계약을 중개한 사람에게 단순히 계약을 주선할 권한만 있었다면, 계약 후에 돈을 빌린 사람의 보증인을 면책시킬 권한까지 자동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담사례
배우자라도 동의 없이 보증을 서면 법적 효력이 없으므로, 중요한 계약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결정해야 한다.
생활법률
대리인 통해 보증(대리 보증) 시, 대리권 없으면 무효지만 표현대리(대리권 준 것처럼 보이고 본인 책임 있을 경우) 성립 시 유효하므로 인감도장 관리 철저 및 대리권 범위 명확히 해야 본인 모르게 빚지는 상황 피할 수 있다.
상담사례
남편의 사업자금 관련 연대보증은 아내의 일상가사대리권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남편이 아내 몰래 또는 속여서 진행했다면 아내는 빚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