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1.08.19

민사판례

아동 성범죄,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현실이 된 손해

오늘은 아동 성범죄 피해자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정신적 손해를 인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손해가 발생한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지, 즉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쟁점이었습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초등학생 시절 테니스 코치였던 피고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약 15년 후, 우연히 피고와 마주친 원고는 그 충격으로 3일간 기억을 잃고 악몽, 불안, 분노 등의 증상을 겪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의 주장: 소멸시효 완성

피고는 불법행위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민법 제766조 제2항)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소멸시효 기산점은 손해 발생 시점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불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소멸시효는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을 때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을 증명할 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참조)

특히 성범죄의 경우, 피해의 영향은 피해자의 나이, 환경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PTSD는 외상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발현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아동 성범죄 피해자가 전문가로부터 PTSD 진단을 받은 시점을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성인이 되어 피고와 마주치기 전까지는 PTSD 증상이 잠재된 상태였고, 피고와의 조우로 증상이 심화되어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진단 시점을 손해 발생 시점으로 본 것입니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아동 성범죄 피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한 의미 있는 판례입니다. 아동기의 트라우마가 성인이 되어서야 질병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소멸시효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 민법 제766조 제2항: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같다.
  • 민사소송법 제288조: 소멸시효의 완성은 권리자가 주장하지 아니하면 법원이 원고패소의 판결을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참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법률적 자문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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