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1.10.14

형사판례

안전진단 용역 하도급, 사기죄로 처벌될까?

안전진단 전문기관이 하도급 업체에 용역을 맡기고 대금을 받는 행위, 과연 사기죄일까요?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 흥미로운 법적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라는 안전진단 전문기관은 입찰에서 낙찰받은 안전진단 용역을 B 등 여러 하도급 업체에 맡기고, 발주처로부터 용역 대금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A가 마치 자신들이 용역을 수행할 것처럼 가장하여 대금을 편취했다고 주장하며 사기죄 및 명의대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특히 A가 하도급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A의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명의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명의대여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빌려 마치 자격 있는 전문가처럼 행세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A는 하도급을 주었지만, 용역 수행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에 명의대여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구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9조의3, 현행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30조 참조,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도7425 판결 등 참조)

2. 사기죄의 성립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 착오, 처분행위, 재산상 손해 발생, 인과관계, 불법영득의사 등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A가 하도급 사실을 숨겼더라도 실제로 용역이 완성되었고 발주처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사기죄의 핵심 요건인 '재산상 손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형법 제347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등 참조)

3. 하도급 제한 규정 위반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비록 A가 하도급 관련 법규(구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8조의3, 현행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참조)를 위반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A가 용역을 완성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그리고 발주처에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등 참조)

결론

이번 판례는 안전진단 용역 하도급과 관련된 사기죄의 성립 요건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단순히 하도급을 주거나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용역 수행에 관여했는지, 발주처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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