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약국에서 처방전에 적힌 약 대신 다른 약으로 바꿔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변경 조제 또는 대체 조제라고 하는데요, 이때 약사는 반드시 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동의'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분쟁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의약품별로 미리 포괄적인 동의를 받아두면 되는 걸까요, 아니면 처방전마다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할까요?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약사가 의사(친형)의 처방전에 따라 조제를 하면서, 일부 의약품에 대해서는 처방전과 다른 약으로 변경 또는 대체 조제를 했습니다. 이 약사는 사전에 친형인 의사로부터 의약품별로 포괄적인 동의를 받아두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를 부당이득으로 보고 보험급여비용을 환수하려 했습니다. 약사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07.12.27. 선고 2007두17769 판결)
대법원은 약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동의의 의미: 대법원은 약사법(구 약사법 제23조 제1항, 제23조의2 제1항, 현행 제26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참조)의 '동의'는 변경/대체 조제 이전에 처방전별로 이루어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동의를 의미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 약화 사고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처방전마다 의사의 동의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약품별로 미리 받아둔 포괄적인 동의는 효력이 없습니다.
부당이득 여부: 대법원은 약사가 처방전별 동의 없이 변경/대체 조제를 하고 보험급여비용을 받았다면, 이는 국민건강보험법(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 현행 유사 조항 존재)상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약제 지급은 약사법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의사의 동의 없는 변경/대체 조제는 의약분업의 본질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결론
이 판결은 약사가 변경/대체 조제를 할 때 반드시 처방전별로 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의사와 약사의 협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함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관련 법 조항:
일반행정판례
약사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변경하거나 대체하려면 환자마다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며, 약 종류별로 미리 포괄적인 동의를 받아두는 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를 어기고 변경/대체 조제하면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의사가 처방만 하고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 약을 조제했다면, 이는 의사의 직접 조제로 볼 수 없어 약사법 위반이다.
형사판례
한약조제자격을 가진 약사가 한약을 조제할 때 일반 약사처럼 조제기록부를 작성할 의무는 없다.
일반행정판례
한약사가 한의사 처방전 없이 한약을 조제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한 약사법 조항이 위헌인지, 그리고 한약 조제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병원 약제부장이 환자 치료 효율과 편의를 위해 의사들과 사전에 약속된 처방에 따라 항생제를 미리 준비해 둔 행위는 의약품 제조가 아니라 조제의 예비행위에 해당한다.
일반행정판례
1994년 약사법 개정으로 약사의 한약 조제권이 제한되었는데, 이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입니다. 약사의 한약 조제권은 법으로 정해진 권한일 뿐, 재산권처럼 헌법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이 아니라는 것이 핵심 논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