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만들면 불법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환자에게 줄 약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도 불법일까요? 약사법에서는 의약품의 제조와 조제를 구분하고 있는데, 이 둘의 차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약품 제조란 무엇일까요?
약사법 제26조 제1항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는 일반 사람들이 사용할 목적으로, 정해진 과정을 거쳐 약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반적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특정 환자를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의약품 조제란 무엇일까요?
약사법 제21조 제1항에 따르면 의약품 조제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특정 환자의 질병 치료 또는 예방을 위해 약을 만드는 행위입니다. 즉, 특정 환자를 위해 약을 만들고, 의사의 처방이 필수적입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미리 약을 만들어 놓는 것은 제조일까요, 조제일까요?
이번 판례(대법원 1991.12.10. 선고 91도2348 판결)는 종합병원 약제부장이 환자 치료에 사용할 항생제를 의사와 사전에 약속하고 미리 만들어 둔 행위가 의약품 제조가 아닌 조제의 예비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업무 효율과 환자 편의를 위해 의사, 약사, 간호사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약품집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약제부장은 이 약품집에 따라 앞으로 처방될 가능성이 높은 항생제를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약제부장이 일반적인 수요를 위해 약을 만든 것이 아니라 병원 내부의 필요에 따라 의사와의 약속 하에 미리 준비한 것이므로 이는 조제의 예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특정 환자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병원 내부의 약속된 처방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조제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핵심 정리
참고 판례
형사판례
약사가 일반 판매를 목적으로 여드름 치료 연고를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판 것은 약사의 '조제' 행위가 아니라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 제조'에 해당한다는 판결.
형사판례
한약업사는 환자 스스로 요구하거나 한의사의 처방전이 있을 때만 한약을 혼합 판매할 수 있고, 직접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은 불법 의료행위입니다.
형사판례
의사나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환자에게 직접 조제되는 약은 약사법 광고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이러한 약제 광고는 의료광고로 분류되어 의료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일반행정판례
약사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변경하거나 대체하려면 환자마다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며, 약 종류별로 미리 포괄적인 동의를 받아두는 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를 어기고 변경/대체 조제하면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의사가 처방만 하고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 약을 조제했다면, 이는 의사의 직접 조제로 볼 수 없어 약사법 위반이다.
일반행정판례
약사가 의약품을 변경하거나 대체 조제할 때는 의사의 동의가 필요하며, 이 동의는 처방전마다 개별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의약품 종류별로 미리 포괄적인 동의를 받아두는 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를 어기고 변경/대체 조제 후 보험급여를 받으면 부당이득으로 간주되어 환수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