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값 대신 어음을 줬는데, 그 어음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다면? 복잡하게 얽힌 돈 관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오늘은 어음 상계와 물품대금채무 소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례를 한번 볼까요?
철수는 영희에게 물건을 사고 대금 대신 약속어음을 발행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영희는 이 어음을 민수에게 넘겼습니다. 민수는 철수에게 어음 대금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마침 철수는 민수에게 빌려준 돈이 있었습니다! 빌려준 돈과 어음 금액이 똑같았던 철수는 민수에게 빌려준 돈과 어음 대금을 서로 상계 처리했습니다. 그렇다면 철수는 영희에게 물건값을 갚은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
정답은 "YES"입니다!
어음을 발행한 이유가 원래의 빚을 없애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빚은 그대로 두고 단순히 지급 방법이나 담보로 어음을 사용한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만약 특별한 약속이 없었다면, 어음을 발행했다고 해서 원래의 빚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지급 방법이나 담보 제공으로 보는 것이죠.
대법원 판례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원래 빚을 없애고 어음으로 새로운 빚 관계를 만들려는 의사가 없었다면, 어음을 주고받았더라도 원래의 빚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다25060 판결, 1996. 12. 20. 선고 96다41588 판결, 1998. 3. 13. 선고 97다52493 판결 등)
또한, 원래 빚의 지급을 위해 또는 지급 확보를 위해 어음을 발행한 후, 어음으로 생긴 채권이 변제나 상계 등으로 없어지면 원래의 빚도 함께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는 어음을 제3자에게 넘긴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6437 판결)
즉, 철수의 경우:
철수가 영희에게 물건값 대신 어음을 준 것은 원래의 물건값 채무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급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철수가 민수와 어음 채권을 상계 처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영희에게 줘야 할 물건값도 갚은 것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게 된 것이죠.
결론적으로, 어음을 발행했다고 해서 무조건 원래 빚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음 발행 당시의 의도와 이후 어음 채권의 변화에 따라 원래 빚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점, 꼭 기억해 두세요!
상담사례
물건값 대신 약속어음을 제공했는데 채권자가 그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약속어음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제3자에게 물건값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민사판례
원래 빚을 갚거나 담보하기 위해 어음을 발행했는데, 그 어음이 결제되면 원래 빚도 함께 사라진다. 어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 후에 결제되더라도 마찬가지다.
민사판례
물건 대금 등 기존 채무에 대해 어음이나 수표를 받았더라도, 채권자가 어음/수표를 돌려주지 않고 기존 채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채무자는 어음/수표를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행을 거절할 수 없고, 이행 기한이 지나면 채무불이행 책임을 진다.
상담사례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빌려준 돈의 증거로 제3자에게 받은 융통어음을 제시했지만, 융통어음만으로는 제3자에게 빚을 청구할 수 없다.
상담사례
약속어음에 대한 전부명령으로 제3자에게 돈을 받으면, 원래 채무자에 대한 대여금 채권도 소멸한다.
상담사례
어음으로 빚을 갚으려면(상계하려면) 단순히 말로만 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어음을 실제로 교부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