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9.10.22

형사판례

어촌계장 선거와 명예훼손, 그 경계는 어디일까?

어촌계장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사건, 과연 명예훼손죄일까요? 오늘은 선거와 명예훼손의 경계에 대해 다뤄본 판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어촌계장 선거에 출마하여 상대 후보였던 피해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어촌계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유인물에는 피해자가 어민들의 보상금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명절 떡값으로 부당하게 돈을 지급하고, 회의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돈을 주고 회식비를 과다하게 사용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원심의 판단: 무죄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어촌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은 어촌계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련된 것이며, 피고인의 행위는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유인물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더라도 중요한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기 때문에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2항)가 성립하려면 적시된 사실이 허위여야 하고, 범인이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진실한 사실이라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만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형법 제310조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유인물 내용 중 일부가 허위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1995년 구정 떡값 지급 관련 내용은 객관적으로 허위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심은 피고인이 이 부분을 허위라고 인식했는지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그 외의 부분, 즉 총괄적인 내용과 1996년, 1997년 떡값 관련 내용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유인물 배포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핵심쟁점

  •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성립요건 (형법 제307조 제2항):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해야 함.
  • 위법성 조각 (형법 제310조):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명예훼손죄 처벌하지 않음. 단,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는 적용 불가.
  • '허위의 사실' 판단기준: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면 세부적인 차이가 있더라도 허위라고 볼 수 없음.

참고조문: 형법 제307조 제2항, 제310조

참고판례: 대법원 1988. 9. 27. 선고 88도1008 판결, 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도234 판결, 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이 사건은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이 어떤 경우에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특히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중요 부분이 사실과 부합한다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는 위법성 조각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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