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2.03.11

민사판례

외국 법원 판결, 한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 손해배상 범위를 넘어선 외국 판결 승인

미국 법원에서 받은 판결을 한국에서 집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히 그 판결이 한국 법 기준으로는 과도한 손해배상을 명령한 경우라면 더욱 궁금해집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외국 판결의 국내 승인, 특히 손해배상 범위를 초과하는 외국 판결의 승인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외국 판결, 한국에서 집행하려면?

외국 법원의 판결을 한국에서 집행하려면 먼저 한국 법원에서 해당 판결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때 법원은 해당 판결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는지(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를 꼼꼼히 살핍니다.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판결의 경우 한국의 법률이나 국제조약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하는지(민사소송법 제217조의2 제1항)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쟁점: 손해배상 범위 초과, 한국에서도 인정될까?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 쟁점은 바로 손해배상 범위를 초과하는 외국 판결의 승인 여부였습니다. 미국 하와이 법원은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피고에게 실제 손해액의 3배에 달하는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습니다(하와이 개정법 제480-13조 (b)항 (1)호). 한국 법원은 이 판결의 집행을 허가해야 할까요?

대법원의 판단: 국제적 거래질서와 국내법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대법원은 외국 판결 승인 여부를 판단할 때 국내적인 사정뿐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과 예측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단순히 한국 법에 동일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외국 판결의 승인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한국에서도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등 여러 개별 법률에서 특정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의 3배 또는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5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9조 제2항 등). 비록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이를 통해 불법행위 억제와 피해자 구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외국 판결에서 손해배상 범위를 초과하는 배상을 명령했더라도, 그 대상이 되는 행위가 한국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영역에 속한다면, 한국 법원은 해당 판결을 승인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다만, 외국 판결에서 정한 배상액이 한국의 관련 법률에서 정한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까지 승인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58528 판결

이번 판결은 외국 판결의 국내 승인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국제 거래가 활발해지는 오늘날, 이러한 판결은 국제적 거래질서의 확립과 분쟁 해결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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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판결#국내승인#집행요건#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