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1.02.12

특허판례

유명 은행 상표, 미역에 붙여도 괜찮을까? 상표권 범위에 대한 이야기

혹시 유명 브랜드의 로고나 이름이 전혀 다른 상품에 붙어있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유명 은행의 상표가 미역 포장지에 붙어 있다면 어떨까요? 좀 이상하겠죠? 오늘은 이런 상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상표권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개요

한 수산물 업체가 자신의 미역, 다시마, 해태 제품에 유명 은행의 로고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했습니다. 은행 측은 자사의 상표가 저명상표이므로, 수산물 업체의 상표 사용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상표 등록 및 사용 금지를 요청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은행의 상표가 저명상표임을 인정했습니다. 저명상표란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진 상표를 말합니다. 법원은 저명상표의 경우, 유사한 상표가 다른 상품에 사용되더라도 소비자들이 출처에 대해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0호 참조)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은행과 수산물처럼 서로 관련이 없는 상품의 경우에는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은행이 수산물 사업을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수산물에 붙은 은행 로고를 보고 은행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오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즉, 상표가 유사하더라도 상품 간의 연관성이 없다면 소비자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없다는 것이죠.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대법원의 과거 판례 (대법원 1988.4.12. 선고 86후183 판결 참조) 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판례에서는 저명상표와 유사한 상표라 하더라도, 해당 상품/영업이 저명상표의 명성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할 정도로 서로 경쟁 관계 또는 경제적 유연관계(비슷한 종류의 관계)에 있지 않다면 상표 사용을 금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결론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은행과 수산물 업체 간에는 경쟁 관계나 경제적 유연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수산물 업체의 상표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상표라도 모든 상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상품 간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소비자 혼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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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상표#수요자 기만#상표 등록#상품 연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