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지 않은 상표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 - 상표 유사 판단 기준

상표권 분쟁에서 자주 문제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상표의 유사성입니다. 내 상표가 유명하지 않더라도, 다른 상표 때문에 소비자들이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 판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는 이미 등록된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의 핵심은 소비자 보호입니다. 즉, 유사한 상표 때문에 소비자들이 상품의 출처를 혼동하고 속을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등록된 상표가 꼭 유명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7. 3. 14. 선고 96후412 판결 등 참조)

즉, 이미 등록된 상표가 아주 유명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상표가 다음과 같은 조건에 해당한다면 상표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 두 상표가 동일하거나 유사할 것: 단순히 글자나 디자인이 비슷한 것을 넘어, 소비자 입장에서 전체적인 인상이 비슷하게 느껴져야 합니다.
• 사용 상품의 관련성: 두 상표가 사용되는 상품이 서로 관련이 있을수록 혼동 가능성이 커집니다. 예를 들어 의류와 신발처럼 같은 계통의 상품이라면, 상표가 비슷할 경우 소비자들이 같은 브랜드의 제품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 기존 상표의 사용 실태: 기존 상표가 얼마나 활발하게 사용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광고되었는지 등을 고려합니다. 비록 유명 상표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사용되고 광고되어 왔다면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일반적인 거래 실정: 해당 업계의 관행,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혼동 가능성을 판단합니다.

위 판례에서 대법원은 의류 브랜드 "옴파로스"의 상표권을 침해한 신발 상표에 대해, 비록 "옴파로스"가 주지·저명상표는 아니지만, 상당한 광고와 매출 실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형성되어 있고, 의류와 신발은 유사한 계통의 상품이므로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상표권 분쟁에서는 상표의 유명도 뿐만 아니라, 상표의 유사성, 상품의 관련성, 사용 실태, 거래 실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소비자 혼동 가능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내 상표가 유명하지 않더라도, 다른 상표 때문에 소비자들이 혼동할 우려가 있다면 상표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