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3.09.27

민사판례

유언이 잘못됐다면? 사인증여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긴 재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합니다. 특히 유언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을 경우, 상속인들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죠. 오늘은 유언의 효력이 없을 때, 사인증여라는 제도를 통해 재산 분배 의사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유증과 사인증여, 무엇이 다를까요?

우선 유증은 유언을 통해 특정인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주는 행위입니다. 유언자 혼자 하는 단독행위죠. 반면 사인증여는 살아있을 때 재산을 무상으로 주겠다고 약속하고, 사망 시 그 약속이 효력을 갖는 증여계약입니다. 유증과 달리 상대방과의 합의, 즉 의사의 합치가 필요합니다 (민법 제562조, 제1060조).

유언이 효력이 없을 때, 사인증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망인이 유언을 남겼지만,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된 경우, 이를 사인증여로 볼 수 있을까요? 이번 판례에서 대법원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망인은 아들 둘과 딸 셋을 두고 있었습니다. 망인은 자신의 재산을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유언을 남겼지만,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차남은 유언 당시 자신이 함께 있었고, 유언하는 모습을 촬영까지 했으므로,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며 사인증여로 효력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인증여가 성립하려면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망인이 모든 자녀에게 재산을 분배하려는 의사가 있었는데, 유언 당시 참석하지 않은 다른 상속인들을 배제하고 일부 상속인에게만 사인증여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망인의 의사에도, 상속인들 간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사례에서는 유언의 형식과 내용이 명백히 '유언'임에도 불구하고, 유언이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사인증여를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유언 당시 동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인증여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유언이 무효가 된 경우라도 사인증여로 인정받으려면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며, 다른 상속인들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히 유언의 자리에 동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망인이 해당 상속인에게만 재산을 증여하려는 명확한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 참조).

이번 판례는 유언과 사인증여의 차이점을 명확히 하고, 유언이 무효인 경우 사인증여의 효력을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재산 상속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을 작성하거나, 생전 증여 등 다른 방법을 통해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민사판례

유언과 비슷한 사인증여,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사망하기 전에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에는 유언(유증)과 사인증여가 있는데, 둘은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됩니다. 특히, 재산 전체를 물려주는 '포괄적 사인증여'는 유언과 달리 상속과 같은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사인증여#유언#차이#포괄적 사인증여

생활법률

유증, 내 유산을 마음대로 나눠줄 수 있을까?

유증은 유언으로 대가 없이 제3자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제도로, 포괄유증, 특정유증, 조건부/기한부/부담부 유증 등이 있으며, 사인증여와 유사하지만 법적 성격이 다르고, 수증자가 유증을 받지 못하면 재산은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유증#상속#사인증여#포괄유증

민사판례

사망하면 효력 발생하는 증여, 마음 바뀌면 취소할 수 있을까?

사망 시점에 재산을 주기로 한 약속(사인증여)도 유언처럼 마음이 바뀌면 취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입니다.

#사인증여#취소#유증#철회

민사판례

유언의 효력과 부대상고 시기에 대한 대법원 판결 해설

공증사무실에서 인증받은 유언장이라도 법에서 정한 방식을 지키지 않으면 효력이 없으며, 부대상고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면 할 수 없습니다.

#유언장 무효#공정증서 유언#자필증서 유언#부대상고 각하

민사판례

유언,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있습니다.

유언자가 사망하기 전에 작성한 유언 공정증서가 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지키지 않아 무효로 판결된 사례입니다. 증인 2명이 참석하지 않았고, 유언자가 유언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 날인하는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유언 공정증서#무효#증인#서명 날인

민사판례

자필 유언장, 상속인이 진짜라고 인정 안 해준다면? 등기는 어떻게?

자필 유언증서의 진정성(유언자가 직접 쓰고 도장을 찍었는지 여부)에 대해 상속인들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유언집행자가 상속인들에게 '유언 내용대로 등기 이전에 동의한다'는 진술을 요구하는 소송은 부적법하며, 대신 유언의 효력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자필유언증서#진정성#유언집행자#상속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