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0.09.29

민사판례

은행 예금 불법 인출 사건, 방조자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이 함께 불법 행위를 저질러 손해를 입혔다면, 누구에게 얼마만큼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오늘은 은행 예금 불법 인출 사건을 통해 공동불법행위와 방조 책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예금주들을 모집하여 은행에 예금하도록 권유했습니다. 예금주들은 약속된 이자 외에 추가로 높은 선이자를 미리 받는 조건으로 예금을 유치했죠. 피고 자신도 가족 명의로 예금하고 선이자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당 중 한 명인 은행 지점 과장은 몰래 현금카드를 발급받아 예금을 인출하여 사용하거나 다른 일당에게 송금했습니다. 이로 인해 은행은 큰 손해를 입었고, 은행은 피고를 포함한 모든 관련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쟁점

  • 피고의 행위가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특히 방조 책임이 있는지 여부
  • 은행 직원의 과실을 이유로 피고가 책임을 감경받을 수 있는지 여부
  • 피고의 가담 정도가 다른 공범들보다 경미하다는 이유로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의 행위가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하며, 피고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1. 공동불법행위와 방조 책임: 여러 사람이 함께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공동불법행위는 서로 모의하거나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관련된 행위들이 함께 이루어져 손해가 발생했다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합니다 (민법 제760조). 여기서 방조란 불법행위를 쉽게 하도록 돕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피고는 불법 인출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예금 유치를 계속했기 때문에 고의적인 방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대법원 1998. 12. 23. 선고 98다31264 판결, 2000. 4. 11. 선고 99다41749 판결 등 참조)

  2. 피해자의 과실: 은행 직원이 예금주의 의사 확인 없이 현금카드를 발급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는 피해자의 과실을 이유로 자기 책임을 줄여달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민법 제396조, 제763조). (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다카637 판결, 1995. 11. 14. 선고 95다30352 판결 등 참조). 피고 역시 은행 직원의 과실을 이용한 것이므로 책임 감경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3. 책임 범위 제한: 공동불법행위에서는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를 따로따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해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평가하여 책임 범위를 정합니다. 따라서 가해자 중 한 명의 가담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책임 범위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396조, 제760조, 제763조)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8다31691 판결 참조). 피고는 다른 공범들보다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

이 판례는 불법행위를 직접 실행하지 않고 방조한 경우에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피해자의 과실이나 가담 정도의 경중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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