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4.09.09

형사판례

은행장의 판공비 지급, 횡령일까? 그리고 자수의 의미

오늘은 꽤 복잡한 횡령 사건과 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전 동화은행장이 업무추진비에서 이북5도 관계자들과 은행 임직원들에게 돈을 지급한 것이 횡령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관련자의 자수가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판례입니다.

사건의 개요

전 동화은행장은 은행의 업무추진비에서 이북5도 전·현직 도지사 등에게 판공비를, 은행 임원·간부들에게 수고비 등을 지급했습니다. 이 행위가 업무상횡령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에 연루된 한 인물은 언론 보도 후 검찰에 전화하여 조사를 요청했는데, 이것이 자수로 인정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횡령죄, 핵심은 '불법영득의사'!

횡령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법영득의사'입니다. 쉽게 말해, 타인의 재산을 자기 것처럼 마음대로 쓰려는 의도를 말합니다. 단순히 돈을 다른 용도로 썼다고 해서 무조건 횡령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맡겨진 재산을 고의로 자기 것처럼 사용해야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형법 제356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동화은행의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업무추진비는 대외활동, 자료수집, 접대비 등으로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북5도 관계자들에게 지급한 판공비나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수고비는 업무추진비 본래의 목적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지출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동화은행의 주주 중 이북5도 관련 단체나 개인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지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결국 은행장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1986.10.14. 선고 85도2698 판결 등 참조)

직무관련성과 수뢰죄

수뢰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직무'는 단순히 법에 명시된 직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처리하는 일이나, 결정권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도 포함됩니다. (대법원 1985.5.14. 선고 83도2050 판결 등 참조)

자수, 언론 보도 후에도 가능할까?

이 사건에서 한 인물은 언론에 혐의 사실이 보도된 후 검찰에 전화를 걸어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자수로 인정했습니다.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소환이 없었더라도, 스스로 범죄사실을 밝히고 처벌받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했다면 자수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정에서 일부 진술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자백한 사실이 있다면 자수의 효력은 유지됩니다. (형법 제52조 제1항, 대법원 1994.5.10. 선고 94도659 판결 등 참조)

결론적으로 이 판례는 업무상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의 중요성, 수뢰죄에서 직무관련성의 범위, 그리고 언론 보도 후 자수의 효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회사 자금을 사용할 때는 그 목적과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하며,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횡령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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