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3.02.20

일반행정판례

의사들의 집단 휴진, 공정거래법 위반일까?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의사들에게 하루 휴진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의사들이 대거 휴진에 참여하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했고,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고발 조치를 내렸습니다. 과연 의사들의 집단 휴진은 공정거래법 위반일까요? 오늘은 대한의사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간의 법정 공방을 살펴보겠습니다.

쟁점 1: 시정명령의 명확성

대한의사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 너무 모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시정명령이 지나치게 구체적이면 오히려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매일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거래 특성상, 시정명령은 어느 정도 포괄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또한, 과거의 위반행위뿐 아니라 향후 유사한 행위의 재발 방지까지 포함하는 것이 시정명령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7조)

쟁점 2: 대한의사협회는 사업자단체인가?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의 부당한 행위를 규제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자신들은 공익 단체이지 사업자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대한의사협회의 정관과 활동 내용을 근거로, 의사들의 공동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이므로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제4호, 제26조, 의료법 제26조 제1항)

쟁점 3: 집단 휴진은 공정거래법 위반인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집단 휴진이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여부였습니다. 다수의견은 의사들의 휴업 여부는 의사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한의사협회가 강제적인 집단 휴진을 요구한 것은 의사들 사이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국민의 의료 서비스 이용에 큰 불편을 초래했으므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조, 제26조 제1항 제3호,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누13794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누150 판결, 대법원 2001. 6. 15. 선고 2001두175 판결)

그러나 반대의견은 대한의사협회의 목적이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였을 뿐, 의사들 사이의 경쟁 제한이나 이윤 추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죠. 별개의견은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라는 조항 자체가 경쟁 제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경쟁 제한 여부와 상관없이 부당한 제한 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보충의견에서는 다수의견을 지지하면서도, '부당한 제한'은 경쟁 제한과 관련된 사항에 한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판결

법원은 대한의사협회의 집단 휴진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소송 진행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표명령을 취소함에 따라 해당 부분은 소의 이익이 없어져 각하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사업자단체의 집단행동이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특히 구성원의 자유와 단체의 권익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일반행정판례

의사협회 하루 휴진, 공정거래법 위반 아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허용 정책에 반대하며 하루 휴진을 결의하고 회원들에게 알린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

#의사협회#휴진#공정거래법 위반#원격의료

일반행정판례

약사들의 집단 휴업, 공정거래법 위반인가?

대한약사회가 정부의 약사법 개정안에 반대하여 집단 폐업을 결의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는 적법하지만 고발 의결 자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약사회#집단폐업#공정거래법 위반#시정조치

일반행정판례

제약회사 제품 설명회 지원, 공정거래법 위반될까?

제약회사가 병원에 제품 설명회 등의 명목으로 비용을 지원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부당한 고객 유인)에 해당할 수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 위반 행위가 없더라도 장래 위반 가능성이 있으면 시정명령(반복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제약회사#제품설명회#비용지원#공정거래법 위반

일반행정판례

법무사협회, 집단등기 사건 수임 제한은 공정경쟁 저해!

대한법무사협회가 소속 법무사들의 집단등기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든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판결입니다. 법무사들끼리 경쟁을 막는 행위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법무사협회#집단등기#수임제한#공정거래법 위반

일반행정판례

환자에게 선택진료 의사 지정을 위임한 병원, 불공정거래행위일까?

서울대학교병원이 환자들에게 주진료과 의사가 진료지원과 의사를 지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방식의 선택진료 제도 운영은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

#서울대학교병원#선택진료#공정거래위원회#시정명령

일반행정판례

한국도로공사의 여러 사업 운영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한국도로공사가 자회사에 감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하고, 휴게소 임대료를 면제해주고, 휴게소 상품 가격인하를 유도한 행위들이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여부에 대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들이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수의계약#휴게소#공정거래법